삼성전자가 올해 평택 4공장(P4)을 중심으로 신규 D램 생산 능력을 20% 가까이 올리는 작업에 착수한다.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의 주 재료인 10㎚(나노미터·10억 분의 1m)급 6세대 D램 생산량을 대폭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회사의 HBM4 기술 경쟁력이 가파른 회복세를 띄고 있는 데다, 인공지능(AI) 고객사들의 D램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적극적인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회사의 최신 반도체 공장인 경기 평택 'P4'에 내년 1분기까지 월 10만~12만 장의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D램 생산 라인을 새롭게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라인에는 HBM4에 쓰이는 1c D램 라인이 설치될 예정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서 만든 메모리다. 단일 D램보다 속도가 빠르고 용량이 커서 복잡한 연산이 필요한 AI 업계에서 각광받고 있는 제품이다.
HBM4는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엔비디아, AMD 등 AI 반도체 회사에 납품하게 될 최신 HBM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현존 최첨단 제품인 1c D램 12개를 수직으로 쌓아서 HBM4를 만든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HBM4용 1c D램 신규 라인 구축을 상당한 규모의 투자로 평가한다. 현재까지 삼성전자는 월 66만 장의 D램 웨이퍼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최대 12만 장의 새로운 설비를 구축한다면 1년 만에 최대 18%의 D램 생산 능력이 올라가는 것이다.
HBM4용 1c D램의 생산 비율도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월 6만 장~7만 장의 1c D램 웨이퍼 생산라인을 구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대로 라인이 갖춰지면 월 약 20만 장에 가까운 HBM4용 1c D램 캐파(생산능력)이 갖춰지게 되는데, 전체 생산 능력 중 HBM4용 D램으로만 전체 공정의 25%를 채우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이미 HBM4 베이스 다이를 만드는 평택 파운드리 공장 S5의 4㎚ 공정 라인 역시 '풀가동' 모드로 돌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평택에 새롭게 갖춰지고 있는 'P5' 외관 공사도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반도체 제조 장비를 입고하는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상당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회사는 모바일 기기·가전 등에 쓰이는 범용 1c D램 생산량 확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c D램 이전의 공정이 갖춰져 있던 화성 17라인을 위주로 대폭의 1c D램 공정 전환을 계획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1c D램 생산 능력을 대폭 강화하는 것은 최신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AI 시장 확대로 인한 메모리 '슈퍼 사이클'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기술에 대한 자신감이 한껏 올라온 분위기다. 회사는 지난해까지 HBM4와 1c D램 제조에서 상당히 고전했다. 이에 2024년 새로운 반도체(DS) 부문장으로 선임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c D램 재설계를 결정했고, 이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지난해 상반기부터는 기술 회복세가 빠르게 진행됐다.
특히 HBM4 분야에서는 지난달 AI 반도체 1위 회사인 엔비디아의 퀄(승인) 테스트를 경쟁사를 제치고 가장 먼저 통과하면서 양산 출하를 앞두고 있다. HBM4 생산량을 급격히 늘려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최신 공장인 P4 위주로 신규 라인 구축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AI 붐으로 메모리 공급선이 타이트해지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능력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에는 지난해 4분기 대비 서버용 64GB DDR5 D램 가격이 98%나 오를 만큼 큰 폭의 가격 상승이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풍부한 생산 능력과 자본을 갖추고 있어, 밀려드는 수요에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올해 기술 회복과 공급 부족이 동시에 맞물리며 설비 투자를 상당히 공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