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이 올해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를 작년보다 2배 늘린다. 급증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수요를 충족하고 자사 AI 모델 제미나이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알파벳은 4일(현지시간)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한 1138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인 1114억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영업이익은 359억달러, 영업이익률은 31.6%로 집계됐다. 연 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4000억달러를 돌파했다.
눈에 띄는 부문은 단연 클라우드다. 구글 클라우드의 4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7% 급증하며 구글 검색(16.7%), 유튜브(8.7%) 등 다른 사업부의 성장세를 압도했다. 영업이익률도 17.5%에서 30.1%로 수직 상승했다. 클라우드 수주 잔액은 전 분기 대비 55% 증가한 2400억달러를 기록했다.
길 루리아 DA데이비슨 분석가는 "구글 클라우드의 성장은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었으며 무엇보다 수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며 "빨라지는 구글의 클라우드 성장은 증가한 투자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성장세를 가속화하기 위해 알파벳은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예고했다. 올해 자본 지출(CAPEX) 가이던스를 지난해(914억달러)의 2배 수준인 1750억~1850억달러로 제시한 것이다. 시장 전망치인 1152억달러를 50% 이상 웃도는 파격적인 수치다. CNBC는 "알파벳이 AI 인프라 투자의 기준을 새로 세웠다"고 평가했다.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구글 딥마인드와 클라우드의 미래 작업을 위해 투자해야 할 수요는 서비스 전반에 걸쳐 매우 강력하다"며 대규모 투자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수년간 컴퓨팅 자원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I 모델 제미나이도 매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구글은 이날 클라우드 고객의 약 75%가 반도체와 AI 모델, 플랫폼, 기업용 AI에이전트를 통합해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 상위 20곳 중 19곳, 100개 기업 중 80곳 이상이 구글 제미나이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순다 피차이 CEO는 최근 SaaS 기업 비관론에 대해 "각 분야를 선도하는 매우 우수한 SaaS 고객사가 존재한다"며 "이들이 제미나이를 깊게 통합할수록 우리에게는 가능성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시장에서도 제미나이는 약진하고 있다. 제미나이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지난해 10월 약 6억5000만 명에서 작년 말 7억5000만 명으로 늘었다.
시장이 기대한 애플-구글 동맹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지난달 발표된 구글-애플 AI 모델 계약과 관련해 피차이 CEO는 "애플이 선호하는 클라우드 제공자로서 차세대 애플 파운데이션 모델이 제미나이 기술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도 한 애널리스트가 자세한 내용을 묻자 대답을 피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