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근로자 체포 때 몰랐다"…백악관 부비서실장이 배후

입력 2026-02-05 09:10
수정 2026-02-05 09:23

작년 9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이민 단속 당국이 한국인 근로자들을 체포했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작년 9월 4일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엔솔 배터리 합작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을 체포하자,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이들의 석방을 요청했다.

켐프 지사와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 공장의 대규모 체포 사실을 몰랐다고 사적으로 말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태 초기 기자들의 질문에 "난 그 사건에 대해 (당국의) 기자회견 직전에야 들었다"며 "아는 것이 없다"고 한 뒤 "그들은 불법 체류자였고 ICE는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발언했던 정황과 일치한다.


이 같은 에피소드는 WSJ이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단속을 주도하고 있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막후 권력 행사를 집중 조명하는 과정에서 다뤄졌다. '정권 실세'로 불리는 밀러 부실장은 트럼프 집권 2기의 강경 이민 정책을 설계하면서 '하루 3000명'이라는 추방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조지아 사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공장과 농장에서 대규모 체포 작전을 하는 것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고 말했지만, 이후에도 밀러 부실장은 계속해서 대규모 단속을 주장했다고 WSJ은 설명했다.

밀러 부실장은 지난달 이민 단속 요원들의 총격에 의한 두번째 희생자인 알렉스 프레티 사망 사건 당시 현장 요원들의 보고를 접하자마자 프레티를 '요원 암살시도범', '테러리스트' 등으로 규정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올려 정권의 정치적 위기를 불러왔다.

밀러 부실장의 강경 일변도 반(反)이민 정책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트리는 '역풍'을 불러왔다. 트럼프 대통령조차 주변에 '일부 사안에서 밀러가 너무 나갔다'는 취지의 불평을 했다고 WSJ은 전했다.

심상치 않은 여론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좀 더 유연한 접근(softer touch)이 필요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백악관 내에서 밀러 부실장의 위세는 여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 역시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