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가수 때문에 울고불고"…멕시코 방송 BTS 폄하 논란

입력 2026-02-05 07:05
수정 2026-02-05 07:16

멕시코의 한 방송에서 출연자가 그룹 방탄소년단과 팬덤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4일 멕시코 물티메디오스 '채널 6'(카날 6)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면 지난달 말 방송된 '치스모레오'(Chismorreo·가십·험담이라는 뜻의 스페인어)라는 연예 전문 프로그램에서는 패널들이 방탄소년단 월드투어 멕시코시티 공연을 둘러싼 티켓 예매 불공정성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대화 주제 중 하나로 다뤘다.

좌석 배치도 미공개, 불분명한 수수료 구조, 티켓 재판매 사전 모의 정황을 둘러싼 문제와 이에 대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대응 조처 발표 등을 리포트 형식으로 소개한 동영상을 본 패널들은 인기 콘서트에서의 티켓 가격 상승은 당연하다는 취지로 대화를 이어갔다.

이날 방송에 출연한 방송인 루이사 페르난다는 "예컨대 2월에 열리는 샤키라(콜롬비아 출신 유명 가수) 콘서트 역시 매진됐다"라며 "비싼 푯값으로 착취당한다고 느끼면서도 사람들의 판단력은 이 정도"라고 팬덤을 저격하는 발언을 했다.

또 다른 출연자인 파비안 라바예는 "만약 내게 17살 딸이 있다면 숙제나 하게 할 것"이라며 "어떤 무명 가수 콘서트 때문에 울고불고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 중 TV 화면에서는 방탄소년단의 사진과 동영상이 게재되면서 라바예가 언급한 '무명 가수'가 방탄소년단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사회자가 급히 "많은 아이가 방탄소년단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게 꿈"이라며 제지하려 했지만, 페르난다는 "장담하는데 팬들 절반은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마쳤으면서 콘서트를 보러 가려고 할 것"이라며 실체 없는 비난을 이어갔다.

이 프로그램은 제목처럼 연예계 소식을 다소 자극적인 방식으로 다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프로그램 특성을 고려해도 방탄소년단과 팬들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출연자들의 태도에 대해 현지에서도 '선을 넘었다'는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

멕시코 '아미'(ARMY·방탄소년단 팬덤 이름)는 주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해당 방송 동영상 클립에 학력에 대한 편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거나 아티스트에 대한 '팬심'을 조롱하는 것을 비판하는 글들을 다수 게재했다.

"여성에게 욕설을 퍼붓는 가수의 노래나 남자에게 좌절해 우는 여자를 다룬 노래보다 내 딸이 방탄소년단 (노래를) 듣는 게 1000배는 낫다", "글로벌 가수를 향한 시샘의 본보기", "사회에 아무런 긍정적 기여도 하지 않는 순수한 가십 프로그램"이라는 성토도 쏟아졌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마쳤다"는 발언에 반박하기 위해 '세법 석사 학위 소지자', '외과 의사', '생명공학자'라는 등 학력 및 직업을 인증하는 게시물도 이어지고 있다.

멕시코에서 방탄소년단이 비하의 대상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5월 멕시코 공영방송 ADN 40 TV '파란더 40'에 출연한 일부 출연자들은 방탄소년단의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수상 장면을 보면서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

프로그램 진행자 중 한 명은 방탄소년단이 등장하자 "구찌를 입고 있지만 소용이 없는 것 같다"며 "남자들이 너무 말라 약해 보이고 머리 모양도 이상한데 옷이 좋아 보일 리가 있겠냐"고 비꼬았다. 이어 "게이클럽에서 일하는 것 같은데 LGBT 그룹(성소수자)이 돌아다니면서 매춘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조롱했다.

옆에 있던 진행자도 "모두 여성 같아 보이는데 남성 맞냐"며 맞장구를 쳤다.

이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고, 결국 진행자인 호라시오 빌라로보스는 "방탄소년단과 팬들을 불쾌하게 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다"라며 "불쾌하게 느꼈다면 정말 죄송하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5월 7일과 9일, 10일에 멕시코시티 GNP 세구로스 스타디움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오는 4월 9일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을 시작으로 북미·유럽·남미·아시아 등의 34개 도시에서 진행될 월드투어의 일환이다. 해당 스타디움은 6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앞서 셰인바움 대통령은 19일 방탄소년단의 멕시코 방문 확정을 환영하며 이번 방문이 멕시코 젊은이들의 "역사적인 염원을 충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에게 방탄소년단 콘서트 추가 개최를 요구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방탄소년단은 멕시코 젊은이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높다"며 "콘서트 티켓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은 거의 100만명에 달하지만 판매할 수 있는 티켓은 15만장뿐"이라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으로부터 아직 답변을 받진 못했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