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가파른 사이클 한국에 우위…현대차 프리미엄 자격 충분” [K-빅사이클]

입력 2026-02-18 09:27
수정 2026-02-18 09:28
[커버스토리 : 빅사이클 올라탄 한국의 주력산업]

장문수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가 진단하는 현재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변화는 주가 변동의 동력이 ‘이익’에서 ‘성장’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과거에 자동차 산업은 전형적인 이익 주도의 경기 민감주였다. 경기가 좋으면 팔리고 나쁘면 꺾이는 이익 주도의 사이클 속에 주가도 움직였다. 이제는 AI·로보틱스 등 확장성이 무궁무진한 미래 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과거 사이클과 달리 현재는 성장 주도로 밸류에이션이 확장되며 주가가 상승하는 구간”이라며 “로보틱스 등 당분간 지속될 확장 사이클에 대해 시장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즉 ‘차를 잘 만드는 회사’를 넘어 ‘미래를 설계하는 회사’로 시장의 시선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한국과 독일의 시가총액 역전은 자동차 산업에서 의미가 깊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와 독일 자동차의 위상은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폭스바겐그룹)로 대변되는 ‘독3사’는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고 완벽한 정밀 기계공학의 결정체로 군림했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가성비로 타는 차’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것이 냉정한 현실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독일 자동차의 심장이던 폭스바겐은 2025년 말 창사 88년 만에 처음으로 독일 내 생산 공장(드레스덴 등)을 폐쇄하기 시작했다. 엔진 시대의 유산인 높은 인건비와 고정비는 이제 독이 되었고 중국 시장점유율은 반토막이 났다. 반면 현대차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을 한 라인에서 찍어내는 ‘생산 유연성’으로 역대급 수익성을 기록하며 폭스바겐의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이는 2026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산업의 주도권이 ‘기존 기술의 고도화’라는 과거의 문법에서 ‘신규 기술의 확립’이라는 미래의 문법으로 완전히 이동했음을 상징하는 장면이다. 장 애널리스트는 독일과 일본이 성숙 시장에서의 정밀 가공 및 기계 산업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면 한국은 미국, 중국과 함께 ‘태동기 시장’에서의 신규 기술 확립에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산업의 사이클이 완만하게 올라가는 구간에서는 정밀 제조에 우위가 있는 일본이나 독일이 충분히 대비하고 자기 위치를 의미 있게 가져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서도 “지금의 사이클은 AI가 자가발전하는 구조로 이 사이클이 엄청 가파르고 빠르다. 신규 기술 확립에 우위를 둔 한국이 압도적 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핵심은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빛을 발할 ‘혁신의 증명’이다. 장 애널리스트는 로보틱스와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자율주행의 성장 요인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았다. 여기에 기존 사업에서의 이익 창출 능력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상반기에는 대형 이벤트가 줄지어 대기 중이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공개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휴머노이드 전략산업 육성책 세부안 발표는 로봇 산업에 강력한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의 SDV 페이스카 출시와 로보택시 대중화를 뒷받침할 미국 자율주행 법안(SELF DRIVE Act) 발표는 기술의 실체를 증명하는 결정적 순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 애널리스트가 꼽은 섹터 내 최선호주는 현대차다.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다변화된 제품 포트폴리오와 생산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비용 최적화 역량이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대차는 미래 성장 전략인 로보틱스와 SDV, 자율주행이 구체화되고 있어 경쟁 레거시 OEM 대비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저평가되어 있으나 성장이 기대되는 ‘히든 챔피언’으로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추천했다. 두 기업 모두 로보틱스 밸류체인의 핵심에 위치해 있어 본업 이상의 주가 할증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그는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가치를 고려할 때 이들 기업의 주가 상승 여력은 높다”고 덧붙였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