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더 오래간다'…글로벌 탈석유 시대에 美, 석유전쟁 나선 이유

입력 2026-02-04 17:48
수정 2026-02-05 01:38
세계 각국이 ‘탄소중립’을 외치는 흐름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석유 패권 전쟁에 나선 배경에는 화석연료 중심의 글로벌 경제 질서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란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석유와 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절반을 웃돈다. 전력 부문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되고 있지만, 수송·화학·중공업 등 산업 현장에서는 화석연료 의존도가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글로벌 석유 소비량도 하루 1억 배럴 수준에서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단기간에 이를 대체할 만큼 안정적인 에너지원이 아직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트럼프는 탄소중립 논의와는 별개로 석유와 가스의 전략적 가치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IEA가 제시한 석유 수요 정점 시점도 계속 뒤로 밀리고 있고, 유럽 역시 석유·가스 의존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인도산 제품의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을 약속받은 것도 이 같은 석유 제품의 가격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미국의 패권 전쟁 상대국인 중국도 재생에너지 설비와 핵심 광물 가공에서는 앞서 있지만, 제조업의 원가를 좌우하는 에너지원은 여전히 수입 원유와 가스다. 이성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값싼 석유를 안정적으로 들여오지 못하면 중국 제조업 전반의 비용이 함께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에너지는 중국 경제에서 가장 빠르게 충격을 주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위안화로 결제하는 석유 거래를 막아 ‘페트로 달러’를 유지하려는 것도 트럼프 석유 전쟁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미국 내부의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도 이 전략과 맞물려 있다. 한 통상 전문가는 “텍사스 등 공화당의 핵심 지지 기반은 전통적으로 에너지산업과 맞닿아 있다”며 “베네수엘라의 석유 국유화로 축출된 엑슨모빌이 다시 현지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