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이 차트 못 봐"…불장에 '나홀로 신저가' 개미 '눈물' [종목+]

입력 2026-02-04 22:00
수정 2026-02-04 22:01

"술 없이는 하이트진로 차트 못 보겠네요." (포털사이트 '하이트진로' 종목토론방에 개인투자자가 올린 글)

코스피지수가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것과 달리 주류주(株)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내수 주류 시장 위축이 길어지고 있어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주가는 전날 대비 320원(1.84%) 오른 1만7740원에 장을 끝냈다.

이날은 상승했지만 주가는 올해 들어 계속 부진한 흐름이다. 앞서 전날(3일)에는 장중 1만7300원까지 밀려 52주 신저가를 쓰기도 했다. 우선주인 하이트진로2우B도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하이트진로뿐 아니다. 전날 대다수 주류주가 신저가를 찍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보해양조와 삼화왕관이, 코스닥시장에서는 국순당과 한울앤제주, MH에탄올 등이 줄줄이 최근 1년 중 가장 낮은 주가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로 시야를 넓히면 부진 흐름은 더 뚜렷하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올 들어 이날까지 각각 27.45%, 24.2% 수직 상승한 반면, 주류주들의 주가는 고꾸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울앤제주(-13.61%)와 MH에탄올(-11.5%), 무학(-4.13%), 국순당(-3.99%), 하이트진로(-3.8%), 삼화왕관(-3.58%), 보해양조(-3.52%) 등이 하락했다. 시장 움직임을 한참 못 따라가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류주의 하락세는 팍팍해진 지갑 사정과 무관치 않다. 내수 경기 침체, 고물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술을 사 마시는 이들도 줄어든 것이다. 식당이나 편의점 등 주요 판매 채널들이 줄면서 주류 판매량이 위축된 영향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음주 문화'가 확연히 바뀐 점도 주목된다. 코로나19 이후 회식 등 단체 모임이 줄어든 데다, 젊은 층 사이에서 건강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번지면서 '술 덜(안) 마시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음주율(최근 1년 사이 월 1회 이상 술을 마신 사람의 비율)은 2020년 64.4%에서 2024년 63%로 하락했다. 이 기간 30대의 음주율은 69.2%에서 65.3%로 감소했다.

내수 주류시장 위축, 음주 문화 변화 등 복합적 배경 속에서 "답답할 때 술 생각이 나니, 경기가 움츠러들수록 주류주는 오른다"던 말도 옛말이 된 셈이다.

증권가도 회의론을 내놓고 있다. 이경신 iM증권 연구원은 "대외경기 악화에 따른 주류시장 침체가 주류주들의 외형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며 "국내 유흥 중심 시장이 계속 작아지고 있고 주류 음용방식과 문화도 바뀌어서 업체로선 부담"이라고 짚었다.

신흥시장 공략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류 회사들은 글로벌 매출 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주류 업계가 올해도 매출 부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인 만큼 향후 어떤 글로벌 전략을 내놓을지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