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 4일 오후 2시 48분
외환당국의 규제로 자취를 감췄던 ‘김치본드(달러 표시 채권)’가 부활하고 있다. 환율이 상승하면서 정책당국이 관련 제도를 바꾼 데다 한·미 간 기준금리 차이가 좁혀진 영향이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물산은 1억달러(약 1472억원) 규모의 김치본드 수요예측을 5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한국은행의 관련 규제 완화 이후 일반 기업이 김치본드 발행을 결정한 첫 사례다.
만기 3년 단일물로, 금리는 SOFR(미국 무담보 익일물 금리)에 가산금리(1.00~1.55%포인트)를 더해 책정될 예정이다. 4%대 초반에 금리가 책정돼 롯데물산의 일반 회사채와 비교해 비슷한 수준이거나 낮을 전망이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기업들은 김치본드를 통해 외화를 조달한 뒤 원화로 환전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1년 연 시장 규모는 62억달러(약 10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까지 하락하면서 원화 강세가 심해지자 수출 경쟁력을 우려한 당국이 규제에 나섰다. 2013년부터 김치본드 발행이 사실상 중단된 이유다.
하지만 고환율 국면이 지속되자 한은은 정책 방향을 바꿨다. 국내에 유입된 달러 자산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국내 외화 투자처를 넓히기 위해서다. 최근 양국 국채 금리가 축소된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국고채 3년 만기 금리는 최근 0.5%포인트 이상 급등해 연 3.2% 수준으로 올랐고, 미국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0.5%포인트 하락해 연 3.6%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치본드에는 중국·일본계 은행과 국내 증권사들이 주로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이 이를 재매각(셀다운)하면 국내 개인투자자도 한국 기업이 발행한 김치본드에 투자해 이익을 얻을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김치본드 시장이 사라지면서 달러예금이나 브라질 국채 등으로 이동한 국내 달러 자산가들의 자금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