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하던 코코아·커피 동반 하락

입력 2026-02-04 17:11
수정 2026-02-04 17:12
글로벌 코코아 가격이 2024년 말 정점을 찍은 뒤 연일 내리막을 걷고 있다. 1년 만에 세 배나 폭등한 가격에 부담을 느낀 제조업체와 소비자의 코코아 수요가 줄어들자 하강 곡선이 더욱 가팔라졌다. 커피 원두 가격은 급등세를 멈추고 파운드당 3달러대에서 보합을 유지하고 있다.◇“비싸서 못 먹겠다” 수요 위축
3일(현지시간) ICE 선물거래소에서 코코아 선물은 t당 430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0일에는 장중 3931달러까지 밀리며 2023년 이후 처음으로 t당 4000달러선이 붕괴했다. 코코아 선물 가격은 지난 한 해 50% 급락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30% 추가 하락하며 가격 급등 전인 2023년 말 수준으로 회귀했다.

코코아 가격 급등은 2024년 시작됐다. 세계 코코아 생산량의 75%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가나, 코트디부아르 등)의 작황 악화로 그 해 코코아 가격은 연초 t당 4000달러대에서 연말 1만2000달러까지 세 배 치솟았다. 이에 따라 과자, 초콜릿 등을 제조하는 제과업체의 원가 부담이 커졌다. 제조업체들은 원가 상승을 이유로 초콜릿 판매가를 인상하거나 원료 배합을 바꿔 코코아 함량을 줄이는 식으로 마진을 확보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미국 초콜릿 소매 가격은 지난해 10월 기준 1년 전 대비 30% 뛰었다.

결국 소비자들은 초콜릿 구입을 줄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 코코아 소비처인 유럽의 4분기 코코아 가공량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해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에서도 12% 줄어들었다. 코코아콩을 버터나 파우더로 바꾸는 가공 작업이 줄었다는 것은 제조사들이 소비 위축을 우려하며 원료 주문을 줄였다는 신호로 해석된다.◇소매가격 반영, 하반기에나전문가들은 코코아가 ‘공급 과잉’ 국면에 접어들어 당분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아프리카 지역의 생산량은 회복됐지만, 수요 위축은 여전해서다. 2024~2025년 관찰된 투기적 매매도 잦아들었다. 조너선 파커먼 마렉스그룹 농업 판매 책임자는 “현 잉여 상황은 생산량이 회복돼서가 아니라, 최종 수요가 급격히 붕괴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하락한 코코아 가격은 올해 하반기가 돼서야 소매 가격에 반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코코아와 함께 급등했던 커피 원두 가격도 상승 동력을 잃고 횡보 중이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아라비카 원두는 지난해 11월부터 파운드당 3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종가는 3.17달러로 연초 대비 8.9% 하락했다.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로부스타 선물도 올해 들어 3.5% 빠져 4주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아라비카 원두는 주요 생산지인 브라질의 강우량이 평년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해 수확 전망이 밝아졌다. 세계 최대 로부스타 생산국인 베트남에서는 본격 수확철을 맞아 1월 수출 물량이 전년 대비 17% 급증했다. 베트남 커피·코코아 협회는 기후 조건이 계속 양호하다면 이번 시즌 베트남 커피 생산량이 전년 대비 6% 증가해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