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원석에서 구리를 뽑아내는 제련 수수료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구리값이 치솟아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만 챙겨도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2024년 톤(t)당 평균 80달러 선이었던 글로벌 구리 제련 수수료가 올 들어 t당 ‘0달러’로 떨어졌다. 제련소가 수수료를 받지 않을 뿐만아니라 오히려 돈을 내고 원석을 가져오는 사례까지 나왔다.
제련소가 수수료를 포기하는 일차적 원인은 수급 불균형에 있다. 전 세계 주요 구리 광산들은 폐광이나 생산량 조절로 공급을 줄이고 있다. 반면, 글로벌 제련 설비는 중국을 중심으로 지난 몇 년간 빠르게 늘어났다. 구리 정광을 둘러싸고 제련소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광산 업체에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이 이뤄졌다.
무엇보다 수수료에 욕심을 내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다.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프리 메탈’만으로 짭짤한 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되면서다.
제련 기술이 뛰어난 업체들은 광산과 계약한 회수율보다 더 많은 양의 구리를 뽑아낼 수 있는데 이러한 초과분은 온전히 제련소의 이익으로 잡힌다. 구리 현물 가격은 2024년 말 t당 8800달러 선에서 지난해 말 1만1000달러를 넘어섰고 올 들어서는 1만5000달러까지 올랐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기차 수요 확대로 인해 수요가 급증한 결과다.
구리뿐만이 아니다. 구리를 제련할 때는 금, 은, 백금, 팔라듐 등이 함께 나오는데 이들 역시 제련회사가 소유하게 된다. 수수료가 급락하는데도 LS MnM 등 주요 제련사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와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국 자원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신규 제련소를 늘리고 있는 데다 부산물 수익도 크기 때문에 제련 수수료는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