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인상’의 대가, 서민 월세 폭등으로 이어질까[아기곰의 부동산산책]

입력 2026-02-07 16:08
수정 2026-02-07 16:09

미국으로 유학을 오거나 이민을 오는 사람들이 놀라는 것 중 하나는 한국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월세이다. 미국에는 전세 제도가 없기 때문에 집을 사지 않는 한 월세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그런데 이 월세가 상상 이상으로 높다.

최근 발표된 미국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기준으로 미국 월세의 중위값은 1464달러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210만원이 넘는다. 4분기는 비이사철이기 때문에 월세가 소폭 내린 것이고 3분기에는 1534달러로 220만원이 넘었다.

더구나 이 통계마저도 인구밀도가 낮은 중부 지방을 포함한 것으로 주택 수요가 많은 캘리포니아 주요 도시의 경우 월세가 수천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지방보다 (인구밀도가 높은) 서울의 월세가 더 비싼 것과 같다. 미국의 경우는 땅도 넓고 지역별 특성이 달라 인구의 집중도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이에 따라 월세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미국 전체 평균적으로는 210만원 정도라고 하지만 예를 들어 필자가 거주하는 지역의 방 세 개짜리 주택의 경우는 월세가 우리나라 돈으로 7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2025년 12월 기준으로 전국 월세 중위값이 66만9000원, 서울이라도 100만7000원에 불과하다. 미국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 한·미 양국 간 1인당 GDP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미국의 월세 수준은 과도하게 높은 것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소득의 30~40%를 주거비로 사용한다고 한다(평균 32.9%).

한국과 미국 통계청의 집계 기준이 다소 다르기 때문에 항목별로 정확히 일치시키기 어렵지만 전체 가구 지출에서 주요 항목별 비중은 위 표와 같다.

미국 가정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소비 지출은 주거비이다. 전체 생활비의 32.9%를 주거비로 사용하는데 한국은 그에 비해 3분의 1 수준인 11.4%에 불과하다.

그다음 차이가 나는 것은 의료비이다. 미국 가구의 생활비에서 명목상 의료비 비중은 8.0%에 불과하지만 12.4%에 해당하는 개인보험의 대부분이 의료보험이다. 이를 의료비로 간주하면 의료비 비중은 20.4%에 달한다.

미국 가구의 생활비에서 주거비와 (의료보험료를 포함한) 의료비의 비중은 절반을 훌쩍 넘는다. 생활비에서 나머지 절반도 안 되는 돈으로 자녀들 교육도 시키고 음식도 사 먹고 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주거비와 의료비의 비중은 20%도 채 되지 않는다. 나머지 80% 넘는 돈으로 자녀 교육도 시키고 식비로 소비하거나 문화 생활을 즐기는 것이다.

생활비 포트폴리오만 보면 한국 사람이 훨씬 균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오락 및 여가에 7.4%, 옷 사는 데 4.0%나 쓰는데 미국 사람은 각각 4.7%, 2.6%밖에 소비하지 못한다.

그러면 미국에서 주거비가 왜 이리 많이 들까. 미국 정부는 도대체 왜 주거비를 낮추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까.

미국의 주거비가 높은 것이 아니라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의 주거비가 낮다. 미국은 한국에서 일반화되고 있는 전세 제도가 없다. 보증금이 거의 없는 월세만 있기 때문에 월세 수준이 그리 높은 것이다.

결국 미국에서 주거비를 낮추려면 월세를 낮춰야 한다. 그러면 미국은 월세가 왜 이리 비쌀까.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들의 욕심 때문일까. 아니다. 바로 정부에서 부과하는 보유세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2000코인만큼의 가치를 가진 집을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에게 빌려주고 매년 100코인만큼의 임대료를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그 집을 소유함으로써 100코인만큼의 이익이 매년 발생하는 것이며 임대수익률은 연 5%가 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에서 갑자기 보유세로 100코인만큼을 A에게 거둬가기 시작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임대료 전부를 세금으로 내야 하기 때문에 A는 이익이 없어진다. 그러면 A는 어떤 결정을 할까. 당연히 임대료를 100코인에서 200코인으로 올릴 것이다. 그래야 세금을 내고도 예전의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집주인 A의 맘대로 일방적으로 임대료를 올릴 수는 없다. 임대료를 지불해야 할 B도 동의해야 하기에 초기에는 저항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A뿐만 아니라 다른 임대인들도 원가 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에 예전과 같이 100코인에 임대를 주려는 사람은 없어진다. 이에 따라 B의 선택지는 집을 사거나 임대료를 올려주는 수밖에 없다. 결국 시차를 두고 임대료는 200에 수렴하게 된다.

임대료 인상이 여의치 않은 경우 A의 또 다른 선택은 집을 파는 것이다. 수익이 나지 않은 투자 상품에 자금을 넣어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A와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시장에서 임대 물건은 점점 없어지면서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임대료는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이것이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선진국에서 지난 수십 년간 벌어진 일이다. 다음 표는 OECD에서 집계한 국가별 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이다. 파란색 표는 G7 국가인데 이들 선진국을 포함해 모든 OECD 국가가 우리나라보다 소득 대비 주거비 비중이 높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의 임대료가 높은 이유는 높은 보유세율에 기인한다. 반대로 우리나라의 임대료가 낮았던 이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보유세율과 전세 제도라는 특성 때문이다. 보유세 올리면 임대료도 오른다그런데 이런 구조를 정부에서 바꾸려 한다. ‘값싼 주거비 제공’이라는 전세의 순기능을 무시한 채 ‘갭투자의 공범’이라는 굴레를 씌우면서 전세를 점점 줄이도록 유도해 나가고 있다.

전세자금 대출 규제나 보증보험 가입한도의 축소가 전세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다. 더 나아가 일부 정치권에서는 전세자금 에스크로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세입자로부터 받은 전세보증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토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은행에 예치할 보증금이 있다면 차라리 월세로 전환해서 임대료를 받는 것이 은행 이자를 받는 것보다 더 이익인데 어느 임대인이 임대료를 은행에 예치하려 할까. 결국 전세자금 에스크로라는 제도는 전세를 주지 말고 월세로 전환하라는 뜻이 된다.

더 나아가 앞으로 보유세를 올릴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집값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보유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지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보유세를 올릴수록 임대료도 따라 올라간다.

보유세 수준이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미국의 경우 과연 우리나라보다 집값이 싸졌을까. 전혀 아니다. 2025년 12월 기준으로 미국 집 중위값은 40만5400달러이다. 우리나라 돈으로 5억9000만원에 육박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같은 기간 우리나라 집 중위값은 그 절반도 되지 않는 2억7000만원 정도라 한다. 美, 보유세율 높아도 유주택자 한국보다 많아보유세율이 높은 미국에서 사람들이 집을 적게 보유할까. 아니다. 유주택자의 비율이 65% 정도로 57%인 우리나라보다 높다. 특히 중간 소득 이상인 미국인 기준으로는 80%에 육박하는 가구가 집을 소유하고 있다.

미국의 예를 보면 보유세를 강화한다고 집값이 내리거나 유주택자의 비율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 집을 팔게 되면 높은 월세에 시달릴 것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집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보유세 인상은 어떤 명분을 갖다 붙여도 ‘증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세수 부족을 메우는 수단으로 보유세 인상을 추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시차를 두고 서민 주거비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진실을 정치권에서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가데이터처(구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소비지출 중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1.36%라고 한다. 통계 조작이나 통계 기준 변경이 없다는 전제하에 이 지표가 높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몇 년 후에 이 지표가 어찌 변하는지 국민들이 지켜볼 것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