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막을 내린 '2025 뱅키스 실전투자대회 왕중왕전'에 1만 9,000여 명의 쟁쟁한 고수들을 뚫고 최종 우승을 차지한 주인공은 차트의 잔파도가 아닌 데이터의 심층을 분석하는 퀀트투자자 안성표 씨였다.
업계에서는 그가 직관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설계한 알고리즘을 통해, 실전 대회의 극심한 변동성을 뚫고 압도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것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데이터 뒤에 숨겨진 '확률적 우위(Edge)'를 찾는 데 천착해 온 안성표 우승자를 만나, 인간의 편향을 제거한 퀀트 시스템의 핵심 논리를 들어보았다.
Q. 쟁쟁한 고수들이 참여한 왕중왕전에서 우승했다. 비결이 무엇인가?
시장의 방향성을 단순히 예측하려 하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비효율성'을 식별하는 데 주력했다. 대다수 투자자가 시장의 소음과 내러티브에 반응할 때, 나는 시장 가격에 정보가 늦게 반영되거나 과잉 반응하는 구조적 틈새를 공략했다. 단순히 과거 데이터에만 들어맞는 모델이 아니라, 명확한 경제적 인과관계에 기반하여 지속 가능한 알파(Alpha)를 창출하는 로직에 리소스를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
Q. 안성표 우승자가 운용하는 모델의 핵심 로직은 무엇인가?
투자의 본질을 세 가지 축으로 시스템화했다. 첫째는 '국면 파악(Regime Detection)'이다. 시장의 변동성과 유동성 데이터를 분석해 현재가 추세장인지 박스권인지 진단하고, 이에 맞춰 전략의 비중을 동적으로 조절한다. 둘째는 '팩터 기반 종목 선별'이다. 펀더멘털 데이터와 주가 데이터의 괴리를 분석해 내재 가치 대비 저평가된 성장주를 찾는다.
가장 중요한 셋째는 '기하학적 자산 배분'이다. 승률과 손익비를 계산해 '켈리 공식'을 기반으로 포지션 크기를 최적화한다. 이는 파산 위험을 제어하면서 장기적인 복리 수익률(CAGR)을 수학적으로 극대화하는 핵심 엔진이다.
Q. 종목 선별과 자산 배분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가장 경계하는 것은 '과최적화'다. 과거 데이터에만 완벽하게 맞는 모델은 실전에서 무너지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경제적 합리성'이 선행된 가설만을 검증한다. 즉, 데이터가 패턴을 보여주기 전에 '왜 이런 초과 수익이 발생하는가?'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단순히 주가가 오르는 종목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산업의 성장성(TAM 확장)과 진입 장벽(Moat)이라는 '퀄리티 팩터'가 숫자로 확인된 종목만을 편입한다.
자산 배분 또한 고정된 비율이 아니라, 시장 변동성의 변화에 따라 주식과 현금 비중을 동적으로 조절하는 '리스크 패리티' 개념을 적용해 하락 방어력을 높였다. 시장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확률 과정 모델링을 통해 변화하는 상관관계를 반영하여 포트폴리오의 효율성을 유지한다.
Q. 최근 'AI 버블' 논란이 뜨겁다. 퀀트 관점에서는 어떻게 진단하나?
AI 버블을 단순한 위험이 아닌, 혁신 산업 태동기에 나타나는 '자본 재배치 과정'으로 해석한다. 퀀트 모델은 시장의 과열 여부와 무관하게 절대 수익을 추구하도록 설계한다.
버블 국면 전략의 핵심은 '가격과 펀더멘털의 괴리'를 시점별로 다르게 활용하는 것이다. 유동성이 공급되며 시장 규모가 급격히 확장되는 초기 국면(Multiple Expansion)에서는 이 괴리가 만들어내는 상승 에너지를 '모멘텀 팩터'로 인식해 적극적으로 추종하여 수익을 극대화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냉정해진다. 숫자로 증명되는 이익 성장이 그 괴리를 메우지 못하고 밸류에이션만 기형적으로 확장된 기업은 포트폴리오에서 철저히 배제한다. 결국 유동성의 파도는 타되, 실체 없는 거품은 통계적 필터로 걸러내는 동적인 대응이 승패를 가른다.
Q. 이색적인 이력이 있다. 다수의 국제 메이저 포커 대회 입상 기록이 있는데, 투자와 연관이 있나?
나에게 포커는 게임이 아니라 '불완전 정보 하의 의사결정 실험실'이다. 퀀트 트레이딩과 포커는 수학적으로 구조가 동일하다. 둘 다 불확실성 속에서 기댓값(EV)을 계산하고, 확률적 우위가 있을 때만 베팅하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변동성을 견뎌야 한다.
포커 판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는 규율'이다. 확률적으로 옳은 결정을 했다면 단기 손실이 나더라도 시스템을 신뢰해야 한다. 또 '자금 관리(Bankroll Management)' 훈련은 변동성이 큰 자본 시장에서 리스크를 제어하는 데 나의 가장 큰 무기가 되었다.
Q. 평소 연구 프로세스는 어떻게 진행되나?
운용과 연구를 엄격히 분리한다. 장 중에는 시스템의 신호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매를 집행하여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한다. 장이 끝난 후에는 알고리즘의 '강건성'을 검증하는 데 주력한다.
특히 '샘플 외 테스트(Out-of-Sample Testing)'를 통해, 모델이 과거에 학습하지 않은 새로운 시장 상황에서도 작동하는지 확인한다. 또한 슬리피지나 거래 비용과 같은 시장 미시구조 변수들을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하여, 이론적 수익이 실제 계좌의 수익으로 연결되도록 오차를 줄여나간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데이터와 시스템의 힘을 증명하는 것이다. 특히 시장 효율성이 극도로 높아 난이도가 높은 미국 시장 등 글로벌 무대에서도 내 알고리즘이 지속 가능한 알파를 창출할 수 있음을 계속해서 입증하고 싶다. 개인의 직관이 아닌, 수학적 엄밀함과 통계적 추론이 어떻게 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자본을 증식시키는지 보여주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처럼 치밀한 논리와 시스템으로 무장한 안성표 우승자의 등장은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의 우승은 고도의 통계적 모델링과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가 실전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 실증 사례"라며 "특히 게임 이론과 금융 공학을 결합한 그의 접근법은 변동성이 큰 현대 금융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