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발레리노 김기민(34·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이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1927~2007)의 대표작 ‘볼레로’ 무대에 올라 한국 관객과 만난다. 김기민은 오는 4월 서울 GS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베자르 발레 로잔(BBL) 내한 공연에서 ‘볼레로’에 2회 출연할 예정이다. 무대 위 원형 테이블에서 솔로 안무를 하며 극을 이끄는 ‘라 멜로디’(La Melodie)로 분해 음악의 선율 자체를 신체로 구현한다.
이번 출연은 모리스 베자르 재단의 전격적인 심사를 거쳐 성사된 것으로 한국인 발레리노가 볼레로에서 상징적 무용수로 서는 것은 이번이 최초다. 모리스 라벨의 동명의 곡 볼레로를 배경음악으로 한 무용 ‘볼레로’는 반복되는 리듬과 점층적 긴장 속에서 무용수가 극적 클라이맥스를 이끌어가는 작품이다. 원형의 무대에 올라선 무용수에게 높은 카리스마와 음악적 집중력이 요구된다.
김기민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스위스 로잔 BBL에서 본격적인 리허설에 돌입한다. 지난해 11월 공연 중 오른쪽 어깨 부상으로 잠시 무대를 떠났지만 빠른 재활과 회복을 통해 최상의 컨디션을 되찾았다.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로서 15년간 쌓아온 경험과 세계적 명성을 바탕으로 그는 이번 ‘볼레로’에서 현대 발레의 상징적 작품에 새로운 해석을 더할 전망이다.
BBL은 현대 발레의 교과서로 불리는 단체다. 이번 공연으로 서울에서는 25년 만에 무대를 선보인다. 내한공연은 2011년 대전 공연이 최근으로 기록됐지만, 서울 공연은 2001년이 마지막이었다. 스위스 로잔 소재의 BBL은 천재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가 창단했으며 전통 발레 위에 강렬한 표현력과 실험적 안무, 음악과 철학적 사유를 결합해 현대 발레의 지평을 확장해왔다. 2007년 베자르 별세 이후에도 발레단과 재단은 그의 예술적 유산을 계승하며 레퍼토리를 발전시켰다. 대표작 ‘볼레로’, ‘불새’, ‘봄의 제전’은 여전히 세계 무대에서 사랑받는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볼레로’와 ‘불새’ 외에도 두 편의 아시아 초연작이 무대에 오른다.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고전 문학에서 영감을 받아 현대적 신체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이며, ‘바이 바이 베이비 블랙버드’는 시적 영감과 음악적 리듬을 결합한 새로운 작품이다. 고전과 현대, 음악과 신체가 결합한 BBL 특유의 철학적이고 감각적인 무대를 경험할 수 있는 구성이다. ‘햄릿’과 ‘바이 바이 베이비 블랙버드’는 아시아 초연이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인아츠프로덕션은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부터 시적 영감에서 출발한 안무까지, BBL의 예술 세계를 소개해 기쁘다”고 전했다.
공연은 4월 23~24일 오후 7시 30분, 25~26일 오후 5시까지 서울 역삼동 GS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티켓 예매는 11일부터 오픈되며, 공연 시간과 캐스팅 정보는 BBL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