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설 속 문장은 노랫말로 다시 태어날 때 잉크보다 진하게 마음에 머문다. 나만의 상상 속 인물이 책에서 걸어 나오는 순간, 감동은 배가 되고 관객은 어느새 무대로 빨려 들어간다.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세 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청소년 도서 <긴긴밤>부터 세계 문학의 고전 <안나 카레니나>, 한국적 정서가 짙게 묻어나는 <서편제>까지 서로 다른 시대와 정서를 품은 작품이 뮤지컬 언어로 다시 쓰인다. ◇온 가족을 위한 뮤지컬 ‘긴긴밤’뮤지컬 ‘긴긴밤’은 2021년 출간된 루리 작가의 동명 동화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원작은 50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로 제21회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펭귄’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바다로 떠나는 이야기다. 사냥꾼 때문에 가족을 잃고 인간을 향한 복수심에 사로잡힌 노든은 어린 펭귄과 함께하는 기나긴 여정을 통해 연대의 힘을 배우고 상처를 치유한다. 동물이 주인공이지만 사랑, 용서 등 인간의 보편적 감정이 녹아 있어 어린이 관객은 물론 성인도 눈물짓게 하는 작품이다.
2024년 초연, 2025년 앙코르 공연에 이어 올해 재연 무대로 돌아왔다. 오는 3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드림 드림1관에서 공연된다. ◇러시아 설원이 무대로 ‘안나 카레니나’“모든 행복한 가정은 비슷한 모습이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나름의 이유로 불행하다.” 러시아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장편 소설 <안나 카레니나>는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바로 이 첫 문장으로 독자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이번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다. 러시아에서 제작된 뮤지컬이 한국 라이선스 버전으로 오는 20일부터 3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2019년 재연 이후 무려 7년 만이다.
작품은 19세기 후반 러시아 고위 관료의 아내 안나 카레니나가 젊고 매력적인 브론스키 백작과 사랑에 빠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차디찬 러시아의 겨울과 대비되는 이들의 열렬한 사랑은 도덕적 규범과 개인의 욕망 사이에서 고뇌하는 안나의 내적 갈등 속에 점차 파멸의 길로 빠져든다. 원작 속 인물의 요동치는 감정은 클래식, 록 등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을 타고 극대화된다. 러시아의 겨울을 옮겨놓은 압도적인 무대 연출은 이 작품의 백미로 꼽힌다.
이번 시즌 안나 카레니나 역은 옥주현·김소향·이지혜가 맡는다. 알렉세이 브론스키 역은 윤형렬·문유강·정승원이, 알렉세이 카레닌 역은 이건명·민영기가 맡는다. ◇재공연 요청 쏟아진 뮤지컬 ‘서편제’뮤지컬 ‘서편제’도 4년 만에 돌아온다. 이청준의 단편소설 <서편제>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득음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전국 팔도를 떠도는 소리꾼 가족의 여정을 따라간다. 아버지 유봉이 어린 딸 송화에게 ‘한(恨)’의 정서를 심어주기 위해 두 눈을 멀게 하는 장면과 송화와 의붓동생 동호가 재회하며 ‘심청가’를 부르는 대목은 작품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서편제’와 달리 무대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시공간의 변화를 표현해야 하는 만큼 무대에 다양한 상징적 연출을 가미했다.
‘뮤지컬계의 대모’ 이지나가 연출을 맡은 ‘서편제’는 2022년 다섯 번째 시즌을 끝으로 막을 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관객들의 재공연 요청이 꾸준히 이어졌고, 제작사인 PAGE1이 원작 사용에 대한 재계약에 성공하며 무대가 다시 마련됐다.
이 연출을 비롯해 조광화 작가, 김문정 음악감독 등 최정상급 창작진이 다시 뭉친다. 소리꾼 이자람과 배우 차지연·이봄소리·시은이 송화 역을, 소리꾼 김준수와 배우 김경수·유현석이 동호 역을 맡는다. 공연은 오는 4월 30일부터 7월 19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