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불량을 찾아내는 ‘계측’ 전문 유망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 공정에서 수율(양품 비율) 안정화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투자 전문 계열사인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네덜란드의 반도체 계측 스타트업 인비식스(invisix)에 대한 투자를 단행해 소수 지분을 확보했다. 인비식스는 세계 1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기업 ASML의 핵심 엔지니어 출신인 크리스티나 포터 최고경영자(CEO)와 시체 반 데르 포스트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024년 설립했다. 삼성전자는 인비식스의 소프트 엑스레이(SXR) 기반의 3차원(3D) 계측 솔루션에 주목했다. 이 솔루션은 병원에서 찍는 엑스레이처럼 반도체 웨이퍼를 깎아내지 않고도 내부를 정밀하게 촬영할 수 있다.
반도체 회로가 2㎚(나노미터·1㎚=10억분의 1m)로 미세화되고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이 도입되면서 기존 계측 장비로는 결함을 찾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사활을 걸고 있는 2㎚ 기반 GAA 공정에 인비식스 솔루션을 도입하면 수율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벤처투자는 미국 반도체 계측 장비 기업인 펨토메트릭스(FemtoMetrix)에도 추가 투자를 단행해 지분을 늘렸다. 2016년 첫 투자 이후 10년 만의 후속 투자다. 이 회사는 반도체 표면에 레이저를 쏴 발생하는 특수신호(SHG)를 분석해 웨이퍼 표면이나 내부의 결함을 물리적 손상 없이 찾아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칩을 완성하기 전에 전기적 결함을 파악할 수 있어 공정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D램을 쌓아 만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정에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적층 직전 단계에 불량 제품을 걸러낼 수 있다.
삼성이 첨단 제조 공정 기업에 눈독을 들이는 건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의 TSMC를 추격하기 위해선 수율 안정화 기간을 단축하는 게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유망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수율을 관리하는 구조적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라며 “초미세 공정 경쟁에서 삼성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