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 기반 탄성체 소재 전문기업 화승코퍼레이션이 피지컬 인공지능(AI)을 접목한 신공정·신소재 개발에 본격 나선다. 금속 기반 공정과 달리 탄성체 공정은 복잡한 화합물 배합 공식과 미세한 진동에도 민감한 고무 특성 때문에 AI 도입이 어렵다는 평가가 많았다. 회사는 기장군 명례산단에 실증 기반 테크센터를 열고 자동차 산업에 집중됐던 역량을 다각화할 방침이다. ◇ 탄성체 제조 데이터 확보한 화승화승코퍼레이션은 4일 부산 연제구 화승그룹 본사에서 부산시와 370억원 규모의 ‘부산 실증테크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부산 기장군 명례산단에 들어설 이 센터는 자동차 부품에 집중됐던 화승의 사업 영역을 항공·방산·해양 등으로 확대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맡게 된다.
현지호 화승 부회장은 “자동차 시장에 안주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까다롭고 특이한’ 환경에서 존재하는 새로운 소재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새 센터를 글로벌 탄성체 기술 실증의 허브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부회장의 구상은 3년 전부터 구체화됐다. 1953년 동양고무공업으로 출발한 화승의 핵심 경쟁력을 탄성체로 재정의하고, 자동차 일변도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한 것이다.
2022년 화승코퍼레이션을 중심으로 화승네트웍스, 화승알앤에이 등 계열사의 연구 인력을 통합한 ‘통합기술본부’를 출범시켰다. AI 전략부터 설계 엔지니어링, 재료 개발, 시스템 구축까지 전 영역에서 제조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그 결과 자동차용 실링과 호스 등 전통 제품군을 넘어 신소재 기반 연료탱크와 잠수함용 음향스텔스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신소재 연료탱크는 금속 재질과 달리 형상 변경이 자유롭고 무게가 가볍다. 충격 복원력도 뛰어나 드론과 방산 장비에 적용 가능하다.
현 부회장은 “제조 공정의 온습도 관리, 진동 제어, 특수 원료 배합 등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학습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판단해 실증센터 건립을 결정했다”며 “화승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탄성체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 부산시, 규제 풀고 피지컬 AI 지원사격부산시도 제조업 AI 혁신을 위한 지원에 나섰다. 자동차 부품기업이 밀집한 명지산단의 입주 업종 제한을 완화해 첨단 기술기업 유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경직된 규제를 개선해 화승과 같이 새로운 R&D 센터를 건립할 첨단 기술 기업을 본격적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투자보조금 지원부터 투자 유치 이후 밀착 관리를 통해 신규 투자 이후 안착까지 유도한다.
박형준 시장은 “자체적인 연구개발 역량을 가진 지역 대표 기업이 수도권 대신 부산을 연구개발(R&D) 전진 기지로 삼은 데 큰 의미가 있다”며 “금속 기반의 대량생산 체계를 갖춘 자동차 부품기업뿐 아니라 조선기자재, 소재 등 지역 제조업 전반이 다양한 제조 데이터를 활용할 여건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