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만에 수술대 오른 KS인증…첨단 기술 개발자도 받을 수 있다

입력 2026-02-04 15:32
수정 2026-02-04 15:33


정부가 1961년 한국산업표준(KS) 제도 도입 이후 유지해 온 '생산 설비 보유' 중심의 인증 체계를 전격 개편한다.

산업통상부 국가기술표준원은 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직접 공장을 운영하지 않는 설계 기업도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KS인증제도 개편방안'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서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인증 취득 주체를 기존 '제조자'에서 '설계·개발자'까지 확대한 점이다. 지난 60여 년간 KS인증은 공장에서 제품을 동일한 품질로 찍어낼 수 있는지를 심사해 해당 '공장'에 인증을 부여해 왔다. 그러나 최근 산업 구조가 아이디어를 가진 업체가 설계를 하고 생산은 외부 공장에 맡기는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타사 공장에 위탁해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 위주로 변화함에 따라, 설계자가 인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인해 별도의 생산 설비가 없는 첨단 기술 기업들이 개발한 반려로봇 등 혁신 제품의 상용화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규제 완화책도 시행된다. 그동안 기업들은 3년마다 돌아오는 갱신 심사와 의무 교육 이수에 따른 행정적 부담을 호소해 왔다. 이에 정부는 KS인증의 유효기간을 기존 3년에서 4년으로 연장해 기업들이 제품 개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풍력 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도 도입된다. 풍력 터빈의 기둥(타워) 등 하단부 설계가 조금만 바뀌어도 전체를 다시 검증받아야 했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 표준인 '로터 나셀 조립체(IECRE RNA·날개와 발전기 본체가 합쳐진 핵심 뭉치)' 인증 방식을 도입한다. 이를 통해 핵심 부품에 변화가 없다면 재검증 없이도 신속하게 인증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문턱은 낮췄지만, 소비자 신뢰와 직결되는 사후 관리는 강도를 높인다. 관세청과 협업해 철강이나 스테인리스 플랜지(관 이음새 부품) 등 안전 이슈가 빈번한 품목의 수입 단계를 집중 조사해 불량 제품의 유입을 원천 차단할 계획이다. 특히 고의로 인증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을 만들거나 심사 과정에서 조작 행위가 적발될 경우 즉시 인증을 박탈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규정을 신설한다. 아울러 인증 발급 기관으로부터 독립된 별도의 비영리 전문 기구를 전담 조직으로 지정해 사후 관리의 공정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번 개편은 60년 된 낡은 제도를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고친 것"이라며 "첨단 제품의 시장 진입은 돕되, 소비자가 믿고 쓸 수 있도록 불법 사항에는 더욱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