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生)은 내 의지가 아니었지만 사(死)는 내 뜻대로"

입력 2026-02-05 06:49
수정 2026-02-05 06:50
"장례식은 꼭 내가 죽은 뒤에만 치러야 할까요? 살아오면서 고마웠던 사람, 미안했던 사람을 모두 초대해 '생전 장례식', 다른 말로 '인생 송별회'를 열 수도 있죠. '나는 먼저 갈 테니 천천히 오세요'라고 인사하고, 맛있는 식사 한 끼를 대접하는 거예요."



여든을 앞두고 책 <아름다운 인생 마무리>를 펴낸 이영탁(79) 세계미래포럼 이사장은 지난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태어남은 내가 선택한 일이 아니지만 마지막을 어떻게 맞을지는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갑작스러운 죽음은 어쩔 수 없지만,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는 두려움을 떨치고 주체적인 노후를 보내라는 얘기다. 그는 "'죽음'이라는 확실한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삶의 태도"라며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삶을 미리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을 더 온전히 살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1969년 행정고시 7회로 공직에 입문해 재정경제원 예산실장, 교육부 차관,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이후 한국증권선물거래소(현 한국거래소) 초대 이사장을 거쳐 민간 싱크탱크인 세계미래포럼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공직에 몸담은 그의 시선은 늘 한국 사회의 미래를 향했다. 이번 책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미래, 죽음에 초점을 맞춘다. 증여, 상속 등 실질적인 노후 대비법에서부터 노년에 가져야 할 삶의 태도까지 폭넓게 담았다. "삶은 유한하기에 더 귀하다"는 메시지는 아직 더 많은 날이 남아 있는 젊은 독자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이사장은 죽음을 능동적으로 맞이하는 방법의 하나로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생전 장례식' 문화를 소개했다. 그는 "생전 장례식은 슬픔의 자리가 아니라 감사와 회고, 그리고 따뜻한 이별의 무대"라며 "한국도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만큼 인생 송별회는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적 문화로 발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자서전 쓰기도 추천했다. 그는 "요즘은 인공지능(AI)이 도와주는 초고를 바탕으로 조금씩 덧붙이고 고쳐 나가면 누구나 부담 없이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서전을 쓸 때는 무용담을 늘어놓기보다는 후세에 교훈이 될 수 있도록 잘못한 일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식에게 유산을 남기기 위해 인생을 바치지 말라는 조언도 눈길을 끈다. 그는 '즐겁게 일하고, 돈의 노예가 되지 말며, 다 쓰고 죽어라(die broke)."라는 미국 재정 철학자 스티븐 폴란의 명언을 인용하며 "이는 죽기 전에 모든 것을 탕진하라는 것이 아니라 돈과 시간, 경험을 의미 있게 다 쓰고 떠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부모가 '얼마나 남겼느냐'보다 '어떻게 사셨느냐'가 자식에게는 더 큰 유산이에요.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일하고, 사랑하고, 돈과 시간을 쓰고 떠나는 게 인생의 완성입니다."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