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내 입주 안하면 투기라더니…토허제 기준 바꾸는 정부

입력 2026-02-04 15:04
수정 2026-02-04 15:25

정부가 다주택자 매물을 늘리기 위해 토지거래허가 지역에서 ’세입자 퇴거 시점‘까지 매수자의 실거주 시한을 늦춰주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다주택자의 ‘퇴로’를 확대하기 위한 취지지만, 정상적인 거래를 막는 토허제의 문제점을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5월9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종료하면서 잔금일이 아닌 계약일로 매도 가능 기한을 연장해주기로 했다. 이와 함께 10·15부동산 대책에서 새롭게 조정대상지역이 된 지역은 잔금일을 계약 후 6개월 이내로 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토허제 규제 자체를 일부 완화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토허구역에서 주택을 매입한 경우 매수자는 거래를 허가받은 날부터 4개월 안에 잔금을 치르는 동시에 입주해야 한다. 임대차 계약 만료가 4개월보다 더 길게 남은 집은 사실상 매물로 나올 수 없다. 잔금 기한을 6개월로 늘려 잠재 매물을 늘리려면 토허제에서 규정한 입주시한도 함께 조정해야 한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신규 규제지역에만 토허제 주택 매수 때 입주 시한을 4개월이 아닌 6개월로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기존 세입자가 있는 주택은 실거주를 더 늦추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 경우 임대차 계약종료 시점이 6개월~1년 남은 다주택자 매물도 시장에 나올 수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조정대상지역이면서 토허구역인 곳의 집을 사면 매수자가 바로 들어가 살아야 하지만 세입자가 있는 경우에는 당장 입주할 수 없어 문제가 된다”며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의 임대 기간까지는 토허구역 규제를 예외로 두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토허제의 강제 실거주 원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토허제의 4개월 입주 규정은 시장의 임대차 관행과 임대차법의 제약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정상적인 거래까지 막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세입자의 임대 기간까지 입주를 예외로 두겠다는 것은 정부가 주장했던 투기의 기준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것”이라며 “원칙이 명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기준을 바꾸면 시장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