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때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있습니다. 바로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은폐설입니다. 최근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의 대장 단지인 '잠실르엘' 전용 84㎡가 48억원에 거래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런 음모론이 다시 한차례 시장을 떠돌았습니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르엘'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19일 48억원에 새 주인을 찾으며 신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직전 최고가에서 8억원이 수직으로 상승한 금액입니다.
이날 공개된 이 거래가 시장의 이목을 끈 것은 단순히 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공식적으로 거래가 등록되기 전에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와 단톡방을 중심으로 '국토부가 이 실거래가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음모론이 떠돌았기 때문입니다.
잠실르엘의 48억원 거래 소식은 일찌감치 시장에 퍼졌습니다. 그러나 국토부 시스템에는 좀처럼 업데이트되지 않자 '그 거래 소식은 진짜일까'하는 호기심이 커졌습니다. 급기야 한 소유주가 국토부에 직접 문의했는데 '해당 거래는 금액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해 실거래가가 공개되지 않으며, 앞으로도 공개될 예정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았다는 글이 온라인에서 확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정부가 부동산 상승기 분위기를 숨기려고 실거래가 공개를 검열한다'는 식의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날 드러난 것처럼 이 거래는 정상적으로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등재됐습니다.
국토부의 '실거래 은폐설'은 부동산 상승기 때마다 시장에 반복적으로 퍼지는 소문입니다. 특히 강남권이나 한강변에 위치한 단지에서 '억' 단위 신고가 거래 소식이 들리면, "왜 국토부 실거래에 안 뜨냐?", "일부러 숨기는 것 아니냐?"는 글이 단골처럼 올라옵니다.
한경닷컴이 문의한 결과, 국토부는 이러한 소문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 구조상 특정 거래를 골라 '공개 또는 비공개'를 판단하는 기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신고자의 실거래 신고를 받고 수리를 완료하면 그다음 날 공개되는 게 원칙"이라며 "국토부에는 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기능 자체가 없다. 중간에 사람이 개입하지 않고 시스템에 따라 공개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부동산 실거래 신고는 시장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입니다. 신고자가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면, 지자체 담당자가 신고 내용을 확인하고 수리합니다. 수리된 데이터는 다음날 새벽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자동으로 연동돼 등재됩니다.
이 과정에는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국토부가 실거래 가격을 하나씩 톺아보며 '이 거래는 시장에 혼란을 주니 좀 더 늦게 공개해야겠다'고 판단하는 장치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왜 어떤 거래는 빠르게 공개되고, 일부 거래는 공개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까요? 가능성은 두 가지입니다. 신고자가 신고 기한인 30일을 꽉 채워 신고했거나, 지자체 수리 과정에서 검증이 길어져 실거래가 공개가 늦어지는 경우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자체 검증이 길어지는 경우는 신고자가 '수기 입력'을 한 경우가 가장 흔합니다. 실거래 신고 시스템에서 매뉴얼에 따라 신고를 마칠 경우, 지자체 수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그러나 시스템과 연동돼 있어야 할 건축물대장이 아직 나오지 않았거나, 신고자가 방문해 신고하는 경우에는 지자체 공무원들이 직접 내용을 입력해야 합니다.
특히 건축물대장이 아직 나오지 않았을 경우 담당자가 정보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실제 임시사용승인서나 사업계획서와 대조하며 '동·호수가 실존하는지' 등을 재차 확인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하락기에는 실거래가 공개가 늦어져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상승기에는 하루라도 빨리 신고가를 확인하고 싶은 시장의 조급함이 '은폐설'이라는 음모론을 만들어내는 동력이 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