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칼럼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위협이 아니다. 이미 현재의 일상이며, 우리가 마시는 물, 숨 쉬는 공기, 먹는 식량, 그리고 도시의 안전과 직결된 현실이다. 2023년과 2024년은 관측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고, 폭염·폭우·가뭄·산불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속도가 인류의 적응능력을 앞지르고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극한기상의 ‘빈도’보다 ‘강도’와 ‘연쇄성’이다. 과거에는 100년에 한 번 발생하던 재난이 이제는 10년, 심지어 매년 반복된다. 이는 단순한 통계적 변동이 아니라 위험의 분포 자체가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과학은 이미 ‘과거의 경험이 미래를 설명하지 못하는 시대’에 진입했음을 선언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보다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직면해 있다.
무엇보다 먼저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73%는 에너지 사용에서 발생하고 있다. 전기·난방·교통·산업활동이 모두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행동의 핵심은 에너지 구조의 ‘전환’이 되어야 한다.
예컨대 건물의 단열성능을 개선하면 냉난방 에너지를 최대 30~40%까지 절감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는 개인의 노력이 아니라 정책과 도시설계의 문제다. 우리가 요구해야 할 것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도시와 건물을 만들자”다. 화석연료 중심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개별 차량 중심에서 대중교통·전기차·보행 중심으로, 단열이 취약한 건물은 고효율 건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기후행동은 단순한 탄소감축만으로는 부족하다. 물과 자연을 복원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도시의 빗물저장, 하천복원, 습지보전, 투수성 포장 확대와 같은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이 필수적이다. 숲과 습지는 탄소를 흡수할 뿐 아니라 홍수를 완화하고 가뭄을 견디게 한다. 자연을 복원하는 일이 곧 기후적응 전략이다.
과학자들은 이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가장 큰 배출은 산업·에너지·교통·도시구조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민의 가장 중요한 행동은 정책을 요구하는 데 있다. 기후위기는 과학의 문제이지만 해결은 정치와 행정의 영역에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 요구, 대중교통 중심 도시 설계 요구, 친환경 공공조달 요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 정부정책 등의 요구가 커지면 행정이 바뀐다.
기후변화는 현재 세대보다 미래세대에 더 큰 부담을 남긴다. 지금 우리가 배출한 탄소는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지구에 남는다. 이것은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 정의(intergenerational justice)’의 문제다. 우리가 오늘 편리함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다음 세대의 안전을 선택할 것인지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심각하다는 말로 충분하지 않고, 과학은 이미 경고를 넘어 행동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에너지 구조를 바꾸고, 물과 자연을 복원하며, 소비를 줄이고,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는 것, 이것이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후행동이다. 기후위기는 거대한 위기처럼 보이지만 그 해법은 의외로 분명하다. 알고도 하지 않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사득환 경동대 행정학과 교수, 한국공공ESG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