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탓이 아니었다"…비트코인 폭락시킨 '진짜 범인' [한경 코알라]

입력 2026-02-04 10:11
수정 2026-02-04 10:39

코인, 알고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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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 해 동안 금 가격은 75% 올랐고, 은은 무려 145% 상승했다. 반도체와 태양광 발전의 핵심 원소인 은, 인류가 ‘불변의 자산’이라 믿어온 금. 이 두 귀금속이 눈부신 상승세를 보이자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1월 말, 하루 만에 은 가격은 30% 폭락했고 금도 5% 하락했다. 망연자실한 투자자들 앞에 수많은 분석이 쏟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케빈 워시를 차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으로 지명했다는 뉴스가 전해졌고, 시장은 그를 ‘매파’로 해석했다. 금리 인하가 늦어지고, 강달러 정책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퍼졌다. 전문가들은 이것이 귀금속 가격 급락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맞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말 그것뿐일까.

케빈 워시가 Fed 의장이 되면 은의 산업적 가치가 하루 만에 30% 사라질까. 반도체 산업의 수요가 갑자기 30% 줄어들까. 아니다. 문제는 은의 가치가 아니라, 은 위에 겹겹이 쌓여 있던 레버리지였다.

2025년 내내 은 가격이 오르자 투자자들은 시카고선물거래소(CME)의 마이크로 실버 선물(Micro Silver Futures) 같은 고레버리지 상품을 통해 상승에 베팅하는 전략을 썼다. CME는 이에 대응해 해당 상품의 증거금 요구액을 여러 차례 인상했다. 증거금이 오를수록 롱(long) 포지션은 구조적으로 더 취약해졌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의 케빈 워시 지명이라는 작은 사건이 트리거가 됐다. 은 현물 가격이 하락하자, 높은 레버리지로 쌓여 있던 포지션이 순식간에 청산되기 시작했다. 마진콜이 쏟아졌고, 사람과 알고리즘이 동시에 은을 팔았다. 가격은 더 떨어졌고, 청산은 더 이어졌다. 전형적인 피드백 루프였다.

비슷한 장면은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됐다. 지난해 10월 10일, 트럼프가 중국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자 비트코인은 하루 만에 15%, 이더리움은 13% 급락했다. 24시간 동안 청산된 가상자산 레버리지는 193억달러(약 27조원)어치에 달했다. 트럼프의 위협성 발언은 이전에도 수차례 번복됐고, 미·중 관세 전쟁은 비트코인의 기술적·사회적 가치와 직접적 연관이 없다. 그럼에도 시장은 붕괴했다.

트럼프의 ‘변덕’ 때문에 비트코인의 본질적 가치가 하루 만에 15% 감소했을까. 아니다. 그때도 문제는 레버리지였다.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의 경쟁사인 OKX의 설립자 쉬밍싱은 이 폭락의 책임을 바이낸스에 돌렸다. 바이낸스가 USDe 예치자에게 연 12% 이자를 제공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USDe를 USDT·USDC와 동일한 담보로 인정한 것이 화근이라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은 USDT와 USDC를 USDe로 바꿔 예치하고, 이를 담보로 다시 USDT를 빌린 뒤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루핑 전략’, 이른바 ‘풍차돌리기’에 나섰다. 시스템 리스크는 급속히 커졌다. 여기에 트럼프 발언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USDe가 소폭 디페깅됐고, 이 작은 가격 변동이 대규모 강제 청산을 촉발했다. 쉬밍싱은 바이낸스의 이 고위험 캠페인이 연쇄 청산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1월 29일부터 2월 4일까지 이어진 비트코인 급락도 다르지 않다. 케빈 워시 지명, 마이크로소프트 주가 급락, 금·은 폭락 등 여러 이벤트가 있었지만, 20%에 달하는 하락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특히 일요일의 급락은 미국 증시와 원자재 시장이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현물 유동성이 얕아진 시장에서 과도한 레버리지가 연쇄 청산되며 가격을 밀어내린 것이다.

돌아보면 언제나 그랬다. 2022년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자 가상자산 시장은 연쇄 청산에 휩싸였고, 시장 전체가 붕괴했다. 테라·루나 사태 역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결함만이 아니라, 과도한 레버리지가 함께 만든 비극이었다. 루나를 담보로 bLUNA를 받고, 이를 다시 담보로 테라(UST)를 빌려 같은 과정을 반복하는 전략, 연 20% 수익을 약속한 앵커 프로토콜을 중심으로 한 ‘풍차돌리기’는 시스템 전체를 취약하게 만들었다.

이더리움과 스테이킹 이더리움(stETH) 간 디페깅 사태도 마찬가지다. stETH는 언제든 ETH로 교환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사실상 동일한 자산처럼 취급됐다. 그러나 이 stETH를 담보로 스테이블코인을 빌려 다시 ETH를 사는 구조가 확산하면서 가격이 소폭 흔들리자 겹겹이 쌓인 레버리지가 한꺼번에 무너졌다. 그 결과 3AC, 셀시우스 같은 대형 투자사들이 수십억달러 손실을 봤고 이는 결국 FTX 파산으로 이어졌다. 원인은 늘 같았다. 레버리지였다.

흥미로운 점은 ‘불변의 가치’를 지닌 금과 은이, ‘거품에 불과했던’ 테라·루나와 동일한 구조로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폭락 이후에도 은의 산업적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 반도체와 태양광 산업은 여전히 은을 필요로 하고, 공급은 제한적인 반면 수요는 늘고 있다. 중국은 은 수출을 국가가 통제할 정도다. 그럼에도 은 가격은 하루 만에 30% 넘게 하락했다. 가치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레버리지가 붕괴한 것이다.

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포지션이 연쇄 청산되면 사람들은 분풀이 대상을 찾는다. 코인이 무너지면 ‘사기’라 부르고, 주식이 무너지면 경영진을 탓한다. 같은 시선으로 금과 은의 폭락을 보자. 금과 은이 무엇을 잘못했을까. 인류보다 오래 지구에 존재해 온 이 금속들에 죄는 없다. 잘못한 것은 자산이 아니라, 위험한 금융상품이고, 구조적 위험을 외면한 채 ‘일단 탑승’한 시장이다.

노동소득의 가치가 떨어지고, 노동의 기회마저 줄어드는 시대다. 모두가 자본가가 되려고 한다. 인공지능이 말하고, 로봇이 춤을 춘다. 머지않아 AI 에이전트가 매매를 집행할 것이다. 미래의 불확실성과 자산의 변동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금도, 은도, 코인도, 주식도, 선물도, 옵션도 모두 불확실성에 춤출 것이다. 모두를 놀라게 하는 가파른 상승은, 실은 레버리지가 만들어낸 환상일지도 모른다. 레버리지 거품은 커질수록 반드시 터진다. 그 점만은 확실하다. 이 글을 읽는 모든 투자자가 상품의 구조와 위험을 충분히 이해한 뒤 투자에 나서길 바란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센터장이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