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유동성, 상승세 이어질 듯"…"AI 주도주 중심 분할매수 전략을"

입력 2026-02-04 16:07
수정 2026-02-04 16:08

연초 가파르게 올랐던 코스피지수가 조정에 들어가며 증시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급등락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사이클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주력 산업의 이익 전망이 상향 조정되고, 정부의 정책 지원 효과가 부각되면서다. 그러나 일각에선 지수가 단기 급등한 만큼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포모(FOMO·소외 공포감)’로 인해 비이성적인 추격매수를 경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급등장에 빚투 경고등 4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원자재를 비롯한 시장 변동성이 커졌음에도 풍부한 유동성이 국내 증시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증시로 눈을 돌렸던 개인투자자와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로 돌아오고 국민연금 등 ‘큰 손’들의 자금이 유입되면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27일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 규모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달 29일 사상 처음으로 3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월 말 16조원대였던 신용융자 잔액이 1년 만에 두 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신용잔액은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으로, 빚투의 대표 지표로 여겨진다.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연초 420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지수가 한 달 만에 1000포인트 가까이 오른 영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포함한 외국인 보유 비중은 지난달 말 33.99%로, 전년 동기(28.84%) 대비 5.15%포인트 상승했다. 외국인 보유 금액은 같은 기간 700조1363억원에서 1682조9973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국민연금도 최근 국내 주식 투자 비중 확대 방침을 밝히며 대규모 기관 자금 유입을 예고했다.

증권가는 국내 증시가 주요국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고 보고 있다.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65배로, 미국(22.19배), 중국(13.67배), 일본(16.31배), 유럽(16.37배)보다 낮다. 국내 상장사들의 주당순이익(EPS)이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코스피 5000을 고점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김지영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적 시즌을 맞아 증시에 유동성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며 “기업 실적이 뒷받침된다면 코스피는 연말 5700선까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주도주 중심 분할 매수 추천국내시장 복귀 계좌(RIA) 도입,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 추진 등도 국내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으로 분석된다. 3차 상법 개정과 최고 60%에 달하는 상속세 개편 등이 이뤄지면 증시 추가 상승 여력도 있다는 평가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가업 승계를 가로막고 증시 활력을 떨어뜨리는 상속세 개편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스피의 장기 수익률을 높이려면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며 “정책 지원이 뒷받침되면 저평가된 종목들이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숨 고르기 장세’에 대비해아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등 돌발 악재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김 센터장은 “시장 내 레버리지 및 빚투 비중이 높을수록 작은 조정에도 공포심리가 증폭될 수 있다”며 “지금은 리스크 관리도 병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증시가 급등락세를 연출할 가능성이 큰 만큼 AI 주도주를 중심으로 분할 매수하라고 조언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조선, 방산, 원전 등 실적주를 여전히 눈여겨봐야 한다”며 “현대차처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재평가가 기대되는 종목이 또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순환매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라”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