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유통 기업 월마트가 소매업계 최초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압도적 거점 기반에 첨단 기술력을 결합한 옴니채널 전략이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은 결과다. 전통적인 소매업의 한계를 넘어 데이터와 광고, 물류 자동화로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며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월마트는 전날보다 3.65 달러(2.94%) 상승한 127.71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월마트의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아마존과 알파벳 등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던 '1조 달러 클럽'에 오프라인에 뿌리를 둔 유통사가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장은 월마트의 디지털 전환 성과와 수익성 개선 속도에 주목했다.
월마트 성장의 핵심은 온·오프라인의 유기적 결합에 있다.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4700여 개 매장을 단순한 판매 창구가 아닌 물류 거점으로 재정의한 게 주효했다. 온라인 주문의 절반 이상을 인근 매장에서 즉시 배송하거나 고객이 직접 픽업하도록 유도해 물류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한 것이다. 이는 이커머스 전문 기업들이 겪는 배송 비용 부담을 극복하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공급망 최적화도 성장 비결로 꼽힌다. 재고 관리 자동화를 통해 재고가 품절되는 상품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극대화했다.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월마트의 강력한 가격 경쟁력은 고소득층 고객까지 신규 유입시키는 효과를 냈다. 저렴한 생필품을 찾는 서민층뿐만 아니라 가성비를 중시하는 중상류층까지 고객 외연을 확장하며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단순 유통업을 넘어 고마진 사업으로 영역을 넓힌 점도 기업 가치 상승의 발판이 됐다. 유통 데이터를 활용한 광고 사업인 ‘월마트 커넥트’는 최근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제조사들에 정교한 타깃 마케팅 수단을 제공하며 소매 금융과 데이터 서비스로 수익원을 다각화했다. 유료 멤버십 서비스인 ‘월마트 플러스’는 가입자 수를 빠르게 늘리며 락인(Lock-in) 효과와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동시에 확보했다.
월마트의 성과는 쿠팡을 필두로 한 이커머스 공세 속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대형마트에 시사점도 준다. 오프라인 매장이 가진 공간적 가치와 물류 거점으로서의 잠재력을 살린 월마트가 성장 모델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핵심은 어떻게 디지털 기술과 결합하느냐에 달렸다. 온라인으로의 단순 전환이 아니라, 오프라인 자산을 지렛대 삼아 수익 구조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리테일 미디어와 데이터 사업의 확장은 국내 업체들이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구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광고 사업은 유통업의 낮은 영업이익률을 보완할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월마트가 보여준 물류 자동화와 AI 기반의 효율 경영은 인건비와 물류비 상승 압박을 받는 한국 기업들에 시급한 과제다.
월마트에 대한 전망도 낙관적이다. 무인 물류 센터와 드론 배송 등 차세대 물류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매입 경쟁력은 인플레이션 방어 기제 역할을 하며 시장 점유율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투자은행 업계에선 내다본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