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1·29 주택공급대책을 통해 용산국제업무지구에 1만 가구 규모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6000가구 수준이 적절하다”며 “1만 가구를 넣으면 닭장 아파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먼저 따져봐야 할 것은 주택 밀도가 아니라 오피스 수요입니다. 과연 지금 서울에 초대형 업무시설이 더 필요한지 냉정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 오피스 시장은 이미 공급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삼성증권과 알스퀘어에 따르면 지난해 말 마곡 일대에만 20만 평이 넘는 오피스가 한꺼번에 공급되며 공실률이 상승했습니다. 지난해부터 신축 오피스 공실은 소폭 개선됐지만, 구축 오피스 공실률은 오히려 확대됐습니다.
앞으로는 공급이 더 많습니다. 2028~2029년 오피스 공급은 과거 평균의 두 배 수준인 연평균 60만 평 이상으로 예상됩니다.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서울에서만 320만 평 이상이 준공될 예정이며, 이 가운데 35%가 용산과 가까운 CBD 권역입니다. 광화문과 종로, 세운상가 일대도 이미 대규모 오피스타운 형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재택·하이브리드 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미국과 유럽 주요 도시의 오피스 공실률은 크게 상승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참여한 해외 오피스 사모펀드 손실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영국 브리스톨 오피스 투자 펀드는 수백억원대 손실이 예상되고, 벨기에 오피스 투자 역시 사실상 전액 손실로 확정됐습니다. 오피스가 더 이상 안전자산으로 보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여기에 AI 확산까지 겹쳤습니다. 대기업도 신입사원 채용을 점차 꺼리고, 경력 직원들 일자리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피지컬 AI(실제 환경에서 움직이는 AI)가 대세가 되면, 사무보조 인력은 물론 빌딩 관리 인력들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공급이 예정된 서울 시내 대규모 오피스 빌딩들도 언제 미국이나 유럽처럼 공실이 급증할지 모르는 상황인데, 추가로 더 공급한다는 것은 검토가 필요합니다.
현재까지 세계 최고층 지위를 유지하는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를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1층부터 39층까지는 호텔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일반 호텔은 19층까지만 알마니 호텔이며, 20층부터 39층까지는 서비스 레지던스, 즉 장기 투숙 시설입니다. 40층 이상 대부분의 층은 아파트와 ‘코퍼레이트 스위트(Corporate Suite)’로 구성돼 있습니다.
실제 설계자인 에이드리언 스미스가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이 공간의 상당수가 기업을 위한 대형 아파트 개념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해외 VIP 방문 시 기업들이 제공하는 주거 공간이라는 의미입니다. 124층 전망대를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이 주거시설입니다.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른바 ‘펜슬타워’로 불리는 웨스트 57번가 111번지 ‘스타인웨이 타워’입니다. 높이 435m, 82층 규모의 주거 전용 빌딩입니다. 이 일대 초고층 빌딩들 역시 상업용보다는 주거용 비중이 훨씬 큽니다.
반면 국내 상황은 다릅니다. 국내 최고층인 잠실 롯데타워는 555m, 123층 규모지만 주거시설은 일부 오피스텔에 그치고 대부분이 호텔과 오피스입니다. 그러나 오피스는 업무 공간인 만큼 대기업이 아니면 높은 임대료와 관리비를 감당하기 쉽지 않습니다. 근무 공간에서 조망 프리미엄이 절대적인 가치가 되기도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초고층 빌딩을 주거 또는 숙박시설 중심으로 개발하는 사례가 일반적입니다.
필자 역시 서울 DMC 랜드마크타워 133층 프로젝트를 총괄 기획하면서 비슷한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50층부터 80층까지는 주거, 그 위에는 서비스 레지던스, 최상층부에는 세계 최고 높이의 호텔을 배치하고, 오피스는 저층부에 두는 구조였습니다. 초고층에 오피스를 넣는 것은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대규모 주거시설이 들어선다면 랜드마크 기능이 약해질까요. 반드시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준공한 도쿄 아자부다이힐스를 보면 초고층 오피스 빌딩은 1개 동에 불과하고, 오히려 초고층 주거동이 2개 동입니다. 복합개발 내에서 오피스보다 주거 기능 수요가 더 크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35년간 계획과 시공을 거친 사업인 만큼 면밀한 검토가 있었을 것입니다.
국내 개발 방식은 다소 다릅니다. 디벨로퍼나 건설사에 선분양한 뒤 공사를 진행하고, 이후 임차인을 찾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이 경우 향후 분양 리스크가 크고, 최근 공사비 급등으로 투자 부담도 확대돼 투자자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초고층 주거타운으로 개발한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10대 건설사는 물론 디벨로퍼와 자산운용사들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려 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수요가 있는 용도이기 때문에 분양이 원활하고, 분양이 원활해야 사업성도 확보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용산국제업무지구와 용산전자상가 재개발 사업 역시 주거 기능을 충분히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사업 성공 가능성도 커집니다.
또 한 가지 짚어볼 부분이 있습니다. 지방소멸을 우려하면서 서울 도심에 대규모 오피스를 계속 집중적으로 공급하면, 판교 테크노밸리 등 경기도 내 업무지구 형성은 오히려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수도권 내 수요 분산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여러 여건을 종합하면, 용산 주거 공급을 1만 가구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더 확대하는 방안도 충분히 검토해볼 시점입니다. 지금 서울 시민에게 가장 필요한 용도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답은 주거밖에 없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연세대 미래부동산개발 최고위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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