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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플 때 치료제를 복용하고, 아프지 않을 때도 예방접종을 맞거나 영양제를 먹습니다. 치료제, 예방접종(주사), 영양제는 모두 의약품에 해당합니다. 의약품은 우리 곁에 항상 자리잡고 있고, 현대인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목인 것입니다. 이처럼 우리에게 필수적인 의약품은 어떤 제도를 통해 안전하게 생산되도록 관리체계가 이루어져 있을까요. GMP 강타한 '임의제조 사태'의약품은 GMP, 즉 Good Manufacturing Practice(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를 준수하여 생산돼야 합니다. 약사법 제38조는 "의약품등의 제조업자 또는 의약품의 품목허가를 받은 자는 자가(自家)시험을 포함한 의약품등의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그 밖의 생산 관리에 관하여 총리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지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GMP란 의약품이나 의약외품 등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조소가 허가된 품질기준에 따라 의약품을 일관성 있게 생산·관리하도록 하는 체계입니다. 제조소의 환경, 제조시설, 인력, 문서, 제조 관리, 품질관리 기준 등을 포함합니다. 우리나라는 GMP 준수를 업계 자율에 맡겨 왔으나, 1990년대 법령 개정으로 의약품 제조허가를 위한 의무사항으로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2021년 제약업계를 강타한 모 제약사들의 의약품 임의제조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의 GMP 제도가 믿을 수 있는 것인지, 제약회사들이 허가에 맞게 의약품을 제조하여 판매하는 것인지, 환자들이 국내 생산된 의약품을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는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임의제조 사태 원인이 된 제약사들은 허가된 공정과 다르게 의약품을 제조하고 허가된 첨가물이 아닌 다른 첨가물을 임의 사용했습니다. 제조기록서도 거짓 작성해 임의제조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려 했습니다. 식약처가 GMP 정기 감사를 했음에도 제약사의 위법 행위를 파악하지 못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제약업계의 만연한 임의제조 행태를 쉬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GMP 인증 도입으로 촉발된 분쟁국회는 2022년경 약사법 개정을 통해 GMP 인증을 취소하는 제도를 도입하였습니다. 즉,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GMP 인증을 받은 경우는 물론, GMP 인증을 받은 뒤 반복적으로 GMP 관련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잘못 작성해 의약품을 판매한 경우에도 GMP 인증을 취소하도록 정한 것입니다.
위반행위 근거 법조문 처분기준 1.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적합판정 또는 변경적합판정을 받은 경우 법 제38조의3제3항제1호 적합판정 취소 2. 적합판정을 받은 이후 반복적으로 의약품등의 제조 및 품질관리에 관한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잘못 작성하여 의약품등을 판매하는 경우 법 제38조의3제3항제2호 적합판정 취소 3. 적합판정을 받은 이후 의약품등의 제조 및 품질관리에 관한 기록을 잘못 작성하여 의약품등을 판매하는 경우 법 제38조의3제3항제3호 시정명령 4. 적합판정을 받은 이후 의약품등의 제조 및 품질관리에 관한 기록을 누락한 경우 법 제38조의3제3항제3호 시정명령 5. 의약품등의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준수를 위한 세부 기준이나 절차를 마련하지 않아 품질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법 제38조의3제3항제3호 시정명령 6. 의약품등의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에 따른 제품품질평가 결과 필요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법 제38조의3제3항제3호 시정명령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별표 5의2] <신설 2022. 12. 29.>, 의약품등의 적합판정 취소 등 기준(제48조의5제2항 관련)
GMP 인증은 제조소 단위, 대단위 제형에 관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당시 업계에서는 GMP 인증이 취소될 경우 품목별 제재가 아닌 GMP 단위의 제재가 이루어지게 되므로 불이익이 너무 크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또 GMP 관련 서류를 '반복'해 '거짓' 작성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겠냐는 의견이 제시됐습니다.
그러나 2022년 12월경 GMP 인증 취소제도가 시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 모 업체가 GMP 관련 서류를 반복하여 거짓 작성한 사실이 밝혀진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8개의 제약사가 GMP 인증 취소 처분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와 같은 일련의 행정처분들에 대해 다수의 제약사는 소송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제약사들의 주요 논거는 '반복'이라는 의미가 불분명하단 점입니다. 또 GMP 인증을 대단위 제형 기준으로 취소할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단위로 취소해야 하고, 처분으로 인한 불이익이 너무 과중하여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법원서 연달아 고배 마신 제약사현재까지 법원은 이와 같은 제약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반복'은 의약품 제조업자가 수차례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잘못 작성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해석된다는 논리입니다. 또 GMP 제도가 대단위 제형 기준으로 운영되어 왔고, 처분으로 인한 제약사들의 불이익보다는 GMP 인증 취소 제도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훨씬 크다고 봅니다.
특히, 광주지방법원은 의약품을 임의제조하고 GMP 관련 서류를 반복적으로 거짓 작성한 제약사의 행위로 "피해자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의약품의 복용을 통하여 원하는 효능·효과를 얻지 못하게 되는 것 역시 부작용에 포함되는바, 이로 인해 국민의 건강권이 침해될 우려가 발생하였음은 명백하다"고 부작용의 개념을 확인했습니다.
광주지법은 또 "개별 의약품 품목에 관한 제조·판매 업무정지 등 기존 제재를 통해서는 GMP 준수의 계도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곤란하다는 판단 하에 GMP 적합판정 자체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규정인 약사법 제38조의3 제3항이 마련된 것"이라 했습니다.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의 공익상 필요가 매우 중대하다는 판단입니다(광주지방법원 2025. 2. 13. 선고 2024구합11488 판결).
제약사들의 의약품 임의제조와 GMP 서류를 거짓 작성은 의약품에 예상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찾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의약품이 어떻게 제조됐는지, 어떤 원료가 허가와 다르게 사용한 것인지 확인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약품의 관리체계의 근간을 이루는 GMP는 엄격하게 준수될 필요가 있고, 이는 국민들의 건강권과도 직결됩니다. 글로벌 환경에서 제약사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근간이기도 합니다. 법원의 엄중한 판단과 업계의 인식 개선을 통해 GMP 제도가 본래의 목적을 충실히 달성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