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대체재 찾겠다"…오픈AI·엔비디아 동맹 '균열'

입력 2026-02-03 17:53
수정 2026-02-04 01:16
엔비디아와 오픈AI의 ‘불화설’이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미국 자본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오픈AI에 대한 투자 축소를 시인한 데 이어 이번엔 오픈AI가 엔비디아의 추론용 인공지능(AI) 칩에 불만을 품고 대체재를 찾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우리는 앞으로도 아주 오랫동안 (엔비디아의) 거대 고객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 모든 광기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할 정도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독점 공급사 엔비디아와 생성형 AI ‘원조’인 오픈AI가 ‘자전 거래’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유지해온 동맹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연일 터지는 ‘불화설’ 보도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불협화음의 핵심 요인은 AI 모델 발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오픈AI의 주력 제품군이 바뀌면서 필요한 컴퓨팅 자원 종류가 달라졌고 이로 인해 엔비디아와의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픈AI가 엔비디아 투자금을 받으면 그 돈으로 엔비디아 GPU를 다시 구매한다는 당초 약정을 모두 이행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상대에 대한 불신은 엔비디아 측에서도 터져 나왔다. 젠슨 황 CEO는 지난달 30일과 31일 이틀 사이에 오픈AI와 지난해 9월 약속한 1000억달러 규모 단계적 투자 방안과 관련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오픈AI가 우리에게 최대 1000억달러까지 투자하도록 초대해줘서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지만 투자는 단계적으로 진행될 것이고 확약은 아니었다”고 말하는 등 투자 약정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AI 생태계의 핵심 축인 두 기업의 의견 불일치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하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AI 버블론’을 다시 소환할 가능성이 커서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두 테크 거인 간 불화가 자본시장의 주요 선수들이 AI 투자에서 발을 빼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순환 거래다. 빅테크가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스타트업이 다시 그 돈으로 빅테크의 클라우드 서비스와 칩을 구매하는 구조는 매출을 부풀리는 ‘자본의 회전목마’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AI 경쟁 축 변화가 갈등 원인향후에도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AI 모델을 개발하기 위한 ‘학습’ 단계에 AI 칩을 집중 투입한 오픈AI는 지난해부터 추론용 AI 칩 비중을 늘리고 있다. 챗GPT, 코딩용 도구 코덱스 등의 사용자와 질의량이 폭증해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됐다. 추론용 AI 칩 시장에서는 전력 대비 높은 성능을 내세우는 여러 주문형반도체(ASIC)가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가 대표적이다.

막대한 현금 소진율에 시달리고 있는 오픈AI로서는 가격과 유지비가 저렴한 추론용 AI 칩이 등장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오픈AI가 지난해 9월 브로드컴과 협력해 자체 AI 칩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픈AI는 데이터 전송 속도에 강점이 있는 세레브라스와 그로크 등을 대안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엔비디아는 “고객들이 추론을 위해 엔비디아를 선택하는 이유는 대규모 환경에서 최고의 성능과 총소유비용(TCO)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며 성능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