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정보기술(IT) 급성장과 함께 컴퓨터공학과의 인기가 크게 높아졌다. 2000년대 들어서도 인터넷 혁명, 스마트폰 도입 등으로 더 각광받았다. 2020년대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더불어 코딩 열풍이 불어 인기가 절정에 달했다. 코딩 교육이 초·중·고교에서 의무화됐고 사교육을 통해 코딩을 배우는 학생이 급증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기 시작할 때만 해도 컴퓨터공학 전공자의 몸값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024년 이후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AI가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맡던 기초 코딩 작업과 데이터 분석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들이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 수만 명을 감축한 이유다. 2년 전만 해도 UC버클리 등 명문 컴퓨터공학과 졸업생은 2~3개 기업에 합격한 후 한 곳을 선택했지만, 지금은 취업 자체가 쉽지 않은 처지가 됐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취업왕’으로 불리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의 취업률은 2023년 83.8%에서 2025년 72.6%로 하락했다. KAIST 한양대 등 다른 대학도 비슷한 추세다. 소수 전문 인력만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증가하면서 경력직 선호현상도 강해지고 있다. 실제로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 공고에서 신입 비율은 2022년 53.5%에서 2024년 37.4%로 감소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스탠퍼드대 등 해외 컴퓨터공학과에서는 단순한 코딩 역량을 넘어서 AI 활용 능력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 인문계 취업난을 나타내던 ‘문송’(문과라서 죄송)에 이어 ‘컴송’(컴퓨터공학이라서 죄송)이라는 말이 새로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AI가 미래에 대체할 직업군은 프로그래머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 다양한 전문직은 물론이고 공장 등에서의 육체노동까지 피지컬 AI가 대체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로봇이 의사를 대체해 의대 진학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컴송에 이어 ‘법송’(법대라서 죄송) ‘의송’(의대라서 죄송) 등의 신조어가 계속 등장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욱진 논설위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