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SNS에 글을 올리며 다주택자를 압박하자 서울 집값이 하락할지를 묻는 사람이 많아졌다. 대답은 “모르겠다”이다. 부동산 전문가라도 확실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희망을 묻는다면 꼭 집값이 안정됐으면 좋겠다. 대통령 표현을 빌리자면 ‘망국적’인 부동산 쏠림이 해소되고, 그 돈이 생산적인 자본시장으로 흘러가는 건 우리 경제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기 때문이다. 설사 다주택자라도 이 국가적 목표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방법이다. 특히 대통령이 시장을 대하는 태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정상화는 5000피보다 훨씬 쉽다”는 표현부터 그렇다. 이 말엔 ‘코스피지수 5000 달성’이 정부 정책의 결과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6000피, 7000피도 만들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하지만 여당의 코스피5000특별위원회가 출범한 지 1년도 안 돼 간판을 교체하게 된 건 누가 봐도 반도체 투톱 덕분이다.
투자 리서치 인공지능(AI) 에이전트인 한경 에픽AI의 도움을 받아 계산한 결과, 지난해 1월 2400으로 시작한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22일 처음 5000을 넘어설 때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증가분에서 차지한 기여도는 53.1%에 달했다. 두 회사가 없었다면 코스피지수는 3600 안팎에 그쳤을 것으로 분석됐다.
주가 상승에 대한 정부 기여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자본시장 정상화 정책이 ‘박스피’ 탈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주가 상승을 이끄는 건 어디까지나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증가다.
정부 의지가 주가를 움직일 수 있다는 발상이 위험한 건 주가지수가 정치 지표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시장 참가자들이 주가와 지지율이 연동돼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6·3 지방선거가 끝나면 증시 랠리도 끝날 것이라는 냉소가 퍼지는 이유다.
이런 프레임은 대통령이 의도했든 안 했든 무리한 정책으로 이어진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보유액이 포트폴리오 내 목표 비중을 넘겨도 당분간 리밸런싱을 유예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모처럼 찾아온 주가 상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으면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터다. 하지만 ‘비싸면 팔고 싸면 산다’는 투자 원칙의 훼손은 기금 수익률은 물론 시장에도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이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며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건 ‘주택시장은 왜 주식시장처럼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느냐’는 불만의 토로일 수 있다. 이런 인식이 다주택자를 향한 적개심과 주택 매도 압박으로 분출된 셈이다. “표 계산은 안 한다”고 했지만 정치적으로도 손해 볼 게 없다는 판단이 섰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중요한 건 ‘다주택자가 집을 팔면 주택시장이 안정되느냐’다. 다주택자는 집값이 오를 것이란 시장 기대의 결과물이지 원인이 아니다. 서학개미 급증이 여러 거시경제 함수의 결과물이지 환율 상승의 원인이 아닌 것과 같다. ‘결국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은 서울이고, 여기엔 공급이 부족하다’는 서사가 깨지지 않는 한 다주택자를 압박하고 대출을 틀어막아도 집값을 잡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답이 없는 것도 아니다. 수요 분산이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인 ‘5극3특’ 정책을 성공시키면 시장 기대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반복해서 다주택자만 공격하는 건 선거 전까지 집값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이라고 시장은 해석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이미 시장에 지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