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20억달러(약 17조4000억원) 규모의 광물 비축 프로젝트를 공식 출범시켰다. 중국의 글로벌 광물 지배력에 맞서기 위해서다. 첨단무기, 컴퓨터, 휴대폰 제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 리튬 구리 희토류 등 비축 목표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국 제조업체를 위해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을 조달·저장하는 ‘프로젝트 볼트’를 발표했다. 희토류는 땅속에 있는 희소금속으로 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용 연마제, 석유화학 촉매 등 첨단산업부터 전투기, 미사일 등 군수산업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필수 소재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중국발 광물 공급 충격에 대비해 약 60일 치 분량의 핵심 광물을 미국 내에 비축하는 것이다.
미국 수출입은행이 승인한 100억달러 규모의 장기 대출과 민간 자본 약 16억7000만달러 등 모두 12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하트리파트너스, 머큐리아, 트랙시스 등 원자재 공급업체가 리튬, 구리, 희토류 등 필수 원자재를 글로벌 시장에서 구매·조달한다. 비축한 광물은 비상사태 발생 시 프로젝트에 가입한 회원사에 우선 공급한다.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보잉, 구글, 록히드마틴 등 10여 개 주요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회원사는 지정된 재고 가격에 광물을 구매하기로 초기 약정을 할 수 있다. 선호 광물 목록을 프로젝트 볼트 측에 제출할 수도 있다.
미국은 이미 국방산업을 위한 국가 차원의 ‘핵심 광물 비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민간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 비축 체계는 갖추지 못했다. 백악관은 “이번 공급망 안보 강화 계획은 외국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국내 산업 기반을 강화한다”고 강조했다. ◇ 중국, 세계 희토류 생산의 69%백악관이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지만 ‘외국 공급망’은 중국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4월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면서 첨단 제조업에 필요한 7개 희토류를 수출통제 리스트에 올렸고, 수출 허가(라이선스) 의무를 부과한 바 있다. 작년 10월 말 미·중 정상회담 합의로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최근에도 미국 기업은 중국의 희토류 통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과 정제·가공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글로벌 희토류 생산량(2024년 기준) 비중은 중국이 68.5%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는 1년 전 겪은 일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오랫동안 전략비축유(SPR)를 운용하고 국방용 핵심 광물을 비축해 온 것처럼 이제 미국 산업을 위한 예비분을 확보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다각화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호주, 말레이시아 등 자원 부국과 핵심 광물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미국 내 광산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미국 상무부는 희토류 생산업체 USA레어어스에 최대 2억7700만달러를 투자하고, 13억달러 규모 대출 패키지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그 대신 미국 정부는 이 회사 주식과 워런트 등 1760만 주를 보유할 예정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