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생맥주 한 잔에 소주 3잔…팔팔한 20대도 큰일 난다는데

입력 2026-02-03 17:53
수정 2026-02-03 18:17

20~30대 젊은 층의 과도한 음주가 췌장암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국내 빅데이터 연구를 통해 새롭게 확인됐다. 특히, 과음과 폭음이 췌장암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서울병원·고대안산병원·숭실대 공동 연구팀(홍정용·박주현·한경도)은 2009부터 2012년 사이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20∼39세 성인 626만3770명을 대상으로 음주량과 젊은 나이 췌장암 발생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학술지 '임상종양학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하루 평균 알코올 섭취량을 기준으로 남성은 30g 이상, 여성은 16g 이상을 '과음'으로 정의했다. 알코올 30g은 일반적으로 맥주 500mL 한잔, 소주 3잔 정도에 해당한다.

최대 12년의 추적 관찰 기간 중 췌장암이 발생한 20∼30대는 총 1515명이었고, 이들을 분석한 결과 가벼운 음주에서부터 과음 수준에 미치지 않는 음주는 여러 교란 요인을 보정한 후에도 췌장암 위험 증가와 유의미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하지만 과음군은 비음주자보다 젊은 나이 췌장암 발생 위험이 평균 19%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음주 빈도에서도 차이가 뚜렷했다.

주 1∼2회 음주는 췌장암 위험 증가와 관련이 없었지만, 주 3회 이상 마시는 경우 위험이 23% 높았다.

연구팀은 "총음주량뿐 아니라 음주 패턴 역시 췌장암 위험과 연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1회 음주량'에 대한 분석 결과다.

연구팀은 "한 번에 마시는 술잔 수에 따른 위험도를 추산한 결과 1회에 8∼13잔, 14잔(대략 소주 2병) 이상으로 폭음하는 집단에서 젊은 나이 췌장암 위험이 각각 15%, 20%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1회 음주량이 많아질수록 췌장암 위험도가 함께 올라간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폭음 수준의 1회 음주량에서도 췌장암 위험이 일관되게 증가하는 방향성이 관찰됐다. 빈번한 과음뿐 아니라 한 번에 몰아서 많이 마시는 폭음 습관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과음이 췌장암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생물학적 경로로는 알코올이 췌장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아세트알데하이드, 활성산소, 지방산에틸에스터 등에 의한 DNA 손상과 산화 스트레스, 만성 염증 등이 지목됐다.

아세트알데하이드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또 알코올이 췌장 효소 분비를 과도하게 자극해 만성 췌장염 등을 일으키고, 면역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점도 췌장암 발생 경로로 제시됐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