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급등에…여전채, 13년 만에 '1월 순상환'

입력 2026-02-03 16:51
수정 2026-02-04 00:32
카드·캐피털사 등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의 핵심 조달 통로인 여전채 시장이 13년 만에 ‘1월 순상환(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더 많은 상태)’ 기조로 돌아섰다. 정부의 연이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예고로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자 여전채도 동반 상승한 영향이다. 이자 부담에 짓눌린 여전사들이 연초 유동성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초 효과 사라진 시장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여전채는 1조5227억원 순상환을 기록했다. 새로 채권을 찍어 조달한 돈보다 갚은 돈이 1조5000억원 이상 많았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1월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가 자금 집행을 재개하는 이른바 ‘연초 효과’로 여전채 발행이 활발한 시기다. 올해 들어서는 조달 환경이 악화하면서 1월 기준 2013년(-3515억원)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순상환으로 돌아섰다.

여전채 시장이 얼어붙은 건 조달 금리가 치솟았기 때문이다. 지난 2일 기준 신용등급 AA+급 3년 만기 여전채 평균 금리는 연 3.603%를 기록했다. 2024년 6월 14일(연 3.609%) 이후 최고치다. 연초와 비교해도 한 달 만에 0.266%포인트 뛰었다.

국채 금리 상승이 여전채 시장으로 확산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국채 물량이 쏟아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여전채 금리는 더 가파르게 상승한다. 이날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연 3.19%를 기록하는 등 연초 대비 0.255% 뛰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여전사는 사업 재원의 60~70%를 여전채에 의존하고 있다. 여전채 금리가 오르면 조달 비용도 덩달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고금리 기조가 굳어지면 여전사의 유동성 위기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희망퇴직 혜택 축소도여전사들은 일단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6월 이후 반년 만에 희망퇴직 신청을 다시 받았다. 농협카드는 최근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 ‘스마트 할부’ 서비스를 종료했다. 희망퇴직과 혜택 축소 등으로 비용 절감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해외 채권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여전사도 있다. 투자처 다변화를 통해 최대한 신규 투자 수요를 확보하겠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캐피탈은 지난달 업계 최초로 5억유로(약 8554억원) 규모 외화채 발행에 성공했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3억달러(약 4345억원) 규모 해외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찍었다. 현대카드도 지난달 2000만달러(약 289억원) 규모 ‘김치본드(국내 발행 외화 표시 채권)’를 15년 만에 발행했다.

업계에서는 여전사 자금난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워시 쇼크’ 등 대내외 변수로 금리 변동성이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서다. 한 카드사 임원은 “해외 조달 등을 통해 급한 불은 끄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시장금리가 안정되지 않으면 여전사 조달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