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성수동 옛 삼표레미콘 부지 개발을 17년 만에 본궤도에 올린 1등 공신으로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사업인 ‘사전협상 제도’가 꼽힌다. 규제에 묶여 방치된 유휴부지에 용도지역 변경이라는 당근을 주는 대신 개발 이익을 공공성 강화로 환원하는 ‘서울형 도시개발 모델’이 결실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서울시에 따르면 삼표 부지 개발에는 2008년 도입된 사전협상 제도가 활용됐다. 이 제도는 5000㎡ 이상 대규모 부지를 개발할 때 민간과 공공이 협의해 용도지역을 변경하고 사업성을 높여주는 대신 늘어난 이익의 일부를 기부채납(공공기여)으로 받는 방식이다.
과거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묶여 있던 이 부지는 사전협상 제도를 통해 용도가 ‘일반상업지역’으로 대폭 상향돼 지상 79층에 달하는 초고층 랜드마크 건립이 가능해졌다. 서울시는 단순히 용적률만 높여주는 양적 개발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건축설계사 솜(SOM)의 디자인을 채택하는 등 도시 미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대가로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건축혁신형 사전협상’이라는 개념도 적용했다.
서울시는 용도지역 상향에 따른 토지가치 상승분(8175억원)의 약 74%인 6054억원을 공공기여금으로 확보했다. 이 자금을 성수대교 북측 램프 설치 등 교통 인프라 개선과 인근 승마훈련원 부지에 들어설 ‘서울유니콘 창업허브’ 조성에 투입하기로 했다. 과거 도로·공원 등 단순 시설물에 한정됐던 기부채납 방식을 문화·복지시설과 창업 지원 공간으로 다양화·유연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성수동의 변화는 오랜 기간 축적해 온 서울시의 도시 전략이 열매를 맺은 성공 사례”라며 “이 정도 규모의 사업에서 자치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