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한 직장인 '필수 코스' 됐다…편의점 '핫템' 뭐길래 [트렌드노트]

입력 2026-02-07 17:13
수정 2026-02-07 19:18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전통주'를 검색하자 막걸리부터 증류식 소주까지 다양한 상품이 노출됐다. 막걸리 두 병을 주문하니 40분 만에 냉장 포장된 술이 집 앞으로 도착했다. 편의점 앱에선 유명 막걸리를 주문해 집 앞 점포에서 받을 수 있다.

그동안 전통주는 양조장을 직접 찾거나 전문 매장을 방문해 구매하는 술이란 인식이 강했다. 행사 기간이나 한정 판매 시기에 맞춰야 접할 수 있는 경우도 많아, 관심이 있어도 일상적으로 소비하기 쉽지 않았다. 직장인 채모 씨는 "전통주는 할아버지들 술이란 느낌이 강했고 술집에서도 찾아보기 쉬운 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통주는 최근 유통 채널을 다변화해 소비자 접점을 빠르게 넓히면서 배달 앱은 물론 편의점 업계도 앱 기반 예약 구매와 픽업 방식을 통해 전통주 취급을 확대하고 있다. 상시 진열이 어려운 전통주 특성을 고려해 고객이 주문한 상품만 해당 점포로 들여와 고객이 가져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CU의 주류 예약구매 서비스 'CU BAR'는 출시 3년 만에 매출이 약 3배로 늘었다. 모바일 주문에 익숙하고 구매력이 있는 30~40대 고객층이 해당 서비스를 활발히 이용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서울 광화문역 인근 한 CU 편의점 직원은 "예전보다 전통주 픽업을 위해 매장을 찾는 고객이 확실히 늘었다"며 "콜라보 제품이나 한정판 전통주를 찾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가 전통주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편의점 시장 포화가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편의점 4사(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의 점포 수는 5만3266개를 기록했다. 전년 5만4852개에 비해 1586개 줄어든 수치로, 연간 점포 수가 감소한 것은 1988년 편의점 산업이 도입된 이후 36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편의점 4사 전체 매출도 전년 대비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편의점 4사의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은 △2023년 8% △2024년 3.9% △2025년 0.1%로 줄어왔다. 정부의 소비쿠폰 정책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은 업권이라는 점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론 역성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편의점들이 다른 매장과 '차별화할 수 있는 상품'으로 전통주를 내세운 것이다. 전통주는 생산량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아 희소성을 강조하기 쉽고, 협업이나 한정판 형태로 기획하기에도 적합하다. 고객 유입과 객단가 상승을 동시에 노리기에 적합한 품목인 셈. 예약 구매와 픽업, 즉시 배송 등 주문형 유통 방식으로 재고 부담도 낮췄다. 업계에서는 전통주가 '틈새 주류'를 넘어 편의점 전략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전통주 시장은 여전히 영세 규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전통주 출고액은 2019년 531억원에서 2022년 1629억원으로 증가했지만, 2023년에는 1475억원으로 전년 대비 9.6% 감소했다. 같은 해 국내 주류 시장 규모가 약 10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전통주 비중은 1%대에 머문다.


전문가들은 영세 양조장 중심의 산업 구조와 제한적인 유통망이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지적해왔다. 이에 정부는 1998년 전통주에 한해 제조자가 직접 판매하는 통신판매를 허용했고, 2017년엔 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온라인 판매 범위도 확대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스마트오더와 음식 배달 시 주류 동반 판매가 제한적으로 허용됐지만 주류 단독으로 온라인 주문·배송이 가능한 것은 여전히 전통주뿐이다.

최근 편의점과 플랫폼을 중심으로 유통 접점이 늘어나면서 전통주는 '어디서 사야 할지 몰라 망설이던 술'에서 '일상적으로 선택 가능한 술'로 탈바꿈하고 있다.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전통주 소비가 늘면서 시장 육성에 고민하던 정부도 팔을 걷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통주 산업 활성화를 통해 주류용 쌀 소비를 늘리고, 소규모 면허 주종 확대와 주세 부담 완화 등 지원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산업이 정체 국면에 들어간 상황에서 전통주는 차별화를 통한 충성 고객 유치에 효과적인 상품"이라며 "주문형 유통 방식이 자리 잡으면서 전통주는 일회성 기획을 넘어 지속 가능한 상품군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