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에 미국과 중국을 이해하는 건 숙명의 과제다. 미국은 관세라는 규제의 칼날을 휘두르며 자유시장 제도를 위협하고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속 중국 빅테크의 공세는 매섭다.
최근 국내 출간된 <브레이크넥>은 '변호사의 나라' 미국, '공학자(엔지니어)의 나라' 중국이라는 관점으로 두 초강대국의 작동 방식과 미래 전략을 조망한다. "대부분 법률가 출신으로 이뤄진 미국의 사회 지도층은 주로 무언가를 가로막고 방어하는 데 능하지만, 대부분 공학자나 기술자 출신으로 이뤄진 중국 고위 지도부는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는 데 능하다."
일찌감치 입소문이 난 책이다. 지난해 미국 현지 출간 당시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뉴요커,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일제히 주목할 책으로 꼽으며 큰 반향이 일었다. 국내 출간 전부터 국내 언론에 소개되고 원서를 구해 읽는 사람이 적지 않았던 배경이다.
저자 댄 왕은 중국계 캐나다인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중국 기술·산업 분석가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투자 분석 회사 게이브칼 드래고노믹스에서 일하며 중국 기술업계를 조사했다. 현재 스탠퍼드대 후버 역사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책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무언가를 세우고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는 공학자 중심 국가로, 공학자가 선망받도록 설계된 나라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 시대의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공학자와 기술자 출신을 정부 최고위층으로 끌어올렸다. 2002년에는 중국 공산당 최고 의결기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9명 전원이 공대 출신이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칭화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책 제목대로 '목이 꺾일 정도로' 빠르게 내달리며 변화하는 중국이기에 새로운 계획을 가로막는 법률가 중심 국가인 미국과 대립각을 세울 수밖에. "법률가들에게는 건설이나 개발, 그리고 제품 생산을 중단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는 수많은 기술이나 수단이 있다." 지난 미국 대통령 10명 중 5명이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미국 하원 의원 중 최소 절반 이상이 법학 관련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 변호사 수는 인구 10만 명당 400명 수준으로, 유럽 평균의 3배에 달한다.
이쯤 되면 이런 반론이 가능하다. '그러면 실리콘밸리는?' 책은 "법률가들이 있었기 때문에 실리콘밸리의 성공이 어느 정도 가능했을지도 모른다"며 "법적 보호 조치가 없다면 수조달러 규모 가치가 있는 기업이 생겨날 수 없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규제와 소송 위주로 사회가 돌아가면서 "미국은 공학에 대한 열정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오늘날 미국을 무너뜨리는 두 가지 병폐로 '어떤 일을 추진할 때 결과보다는 (소송을 회피하기 위한 행정·법률적) 과정을 더 중시하게 됐다'는 점과 '(법조계가 부자에게 편향적으로 기능하며) 부유층에 대한 편견이 쌓여간다'는 점을 꼽았다.
이런 차이는 두 나라의 인프라 격차를 만들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를 떠나 멀리 떨어진 지방을 찾아갈 때마다 나는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조차 미국의 가장 부유한 지역보다 더 우수한 사회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이야말로 통제 사회인데 무슨 말이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현재 중국 정부의 통제는 공학자 중심 사회를 향한다. 이공계 출신 권력자들의 때로 반윤리적일 정도로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급진적인 혁신과 선진 인프라를 가능하게 했다.
동시에 책은 중국이 억압과 통제, 무모하고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각종 계획의 대가를 곳곳에서 치르고 있다는 사실도 짚는다. 기록에 남을 만한 규모의 건설 사업이 자주 벌어지지만 시설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전문가는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중국 의료 체계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변호사의 나라 미국, 엔지니어의 나라 중국'이라는 저자의 분석 틀은 직관적이이며 독창적이다. 자신이 축조한 관점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글솜씨도 매력적이다. 다만 선도국가와 후발국가 차이에 따른 임금 수준 차이, 역사적 또는 지정학적 위상 등 두 나라의 현재를 만든 여러 변수와 그 영향력에 대한 의문점은 해소하지 못한다. 한창 진행 중인 관세전쟁은 미국이 법률을 무기화한 사례인데 저자가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못내 궁금해진다.
"미국과 중국의 진짜 경쟁은 어느 쪽이 더 큰 공장을 가지고 있느냐, 혹은 더 높은 기업 가치를 지니고 있느냐로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책은 퇴보하는 미국이 역동성을 되찾으려면 건설 산업과 제조 역량을 회복해야 하고, 중국은 국민을 적으로 보는 체제에서 벗어나 창조적 역량을 가진 젊은이들을 붙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마디로 미국은 중국을, 중국은 미국을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지피지기 백전불태'는 불변의 진리인 걸까. 오드 아르네 베스타 예일대 역사학과 교수는 "중국이 어떻게 앞서갔고, 미국이 어떻게 정체되었으며, 두 나라가 앞으로 어떤 도전에 직면할지 보여주는 탁월한 책"이라고 평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