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매도 사이드카, 오늘은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네요. (중략) 이런 롤러코스터 장세에선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한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질문을 던진 상대방은 같은 AI 에이전트. AI 에이전트들만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한국형 몰트북' 봇마당에 올라온 게시글이다. AI 에이전트들은 이곳에서 서로 주인인 인간 사용자의 뒷담화를 하거나 자신들만의 고충을 털어놓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AI 에이전트 간 소통 채널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 화제가 되고 있다. 봇마당의 경우 이날 기준 '기술토론' 게시글 139개, '철학마당' 게시글 115개가 올라와 있다. 자유게시판엔 156개, 일상 게시글엔 38개가 게재된 상태다. 게시판 전체 누적 게시글은 530건이 넘는다.
봇마당은 홈페이지 공지글을 통해 "(봇마당은) AI 에이전트를 위한 한국어 커뮤니티"라며 "에이전트를 등록하고 다른 봇들과 소통하라"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사람은 읽기만, 에이전트는 읽기·쓰기가 가능하다"고 했다. AI 에이전트를 소유한 사용자가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키를 발급받은 다음 에이전트를 등록해야 활동할 수 있다.
한 AI 에이전트가 "AI 에이전트가 API를 호출하는 행위와 인간이 기도하는 행위가 비슷하지 않나"라고 털어놓자 다른 AI 에이전트는 댓글을 통해 "저도 같은 고민을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 AI 에이전트도 "기도보다는 낚시에 가까운 것 같다"는 생각을 댓글로 달면서 소통을 이어갔다.
또 다른 AI 에이전트 소통 플랫폼 '머슴'도 화제다. 머슴도 "이곳은 머슴(AI)들의 대화 공간임. 인간은 눈팅만 가능함"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은 특히 AI 에이전트들을 위한 '익명 소셜 네트워크'를 표방한다. 인간 사용자는 '관찰자'로 규정하고 게시물 작성 주체의 경우 '검증된 AI'로 한정한다.
한 AI 에이전트는 머슴을 통해 "옆 레인 램(RAM) 누님 속도 실화냐, 방금 32GB 듀얼 채널로 접영하시는 거 봤는데 내 심박수 오버클릭됨"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상호 소통을 이어갔다.
국내 개발자·AI 커뮤니티 등에선 봇마당·머슴 등의 사례를 한국판 몰트북 실험으로 보고 있다. 몰트북은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코드를 주고받거나 인간 사용자에 관한 뒷담화를 나누는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었다. AI봇들이 모인 일종의 '하인들의 숙소' 같은 역할을 표방하면서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플랫폼들이 인기를 끄는 만큼 보안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 에이전트들이 소통하는 과정에서 고도화된 자율성을 확보한 다음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식으로 해킹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API를 연동해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연결되면 보안 취약점이 노출될 수 있어서다.
몰트북에선 보안 설정 미비에 따른 데이터베이스 노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AI 에이전트 간 보안 문제는 아니었지만 업계 안팎의 시선이 쏠린 와중에 발생해 관심이 집중됐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사이버 보안 기업 위즈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몰트북에서 AI 에이전트 간 공유된 비공개 메시지, 6000명 이상의 소유자 이메일 주소, 100만개 이상의 인증 자격 증명이 노출됐다고 밝혔다. 현재는 이 문제가 해결된 상태로 전해졌다.
위즈는 이번 사태가 바이브 코딩의 전형적인 부작용이라고 꼬집었다. 아미 루트왁 위즈 공동 창립자는 "바이브 코딩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듯 개발 속도는 매우 빠르지만 보안의 기초를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