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오천피 시대 개막…다음 과제도 "체질개선"

입력 2026-02-03 14:04
수정 2026-02-03 14:05

'오천피'(코스피지수 5000)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기업의 이익 체력이 강화되고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연속성 있게 뒷받침돼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타 증시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가 3일 개최한 '코스피 5000 앤드 비욘드' 세미나에 참석한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이같은 진단을 내놨다. 지난해부터 파죽지세로 달려온 코스피지수는 올해 5000선을 넘어서며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의 오명을 벗고 한국 자본시장의 새 역사를 만들었다. 글로벌 유동성과 반도체 기업 중심의 이익 성장,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오천피 시대의 기반이 견고히 다져지려면 우선 기업들의 이익 성장세가 계속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의 올해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63.11% 증가한 367조원으로 추정된다. 이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51%에 달한다.

이날 간담회 주제 발표를 맡은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코스피의 이익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의 성장 모멘텀(동력) 지속 여부가 중요하다"며 "반도체 경기 사이클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지만 인공지능(AI) 투자의 비가역성, 애플리케이션 다양화, AI 사용 인구 보편화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이후의 실적 가시성은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정부 정책도 연속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 센터장은 "지난해 상법 개정안을 통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되는 상징적 변화가 있었다"며 "이후로도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이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상속·증여세법 개정 등이 예상되는데, 이러한 정책들이 연속성 있게 진행되는 게 코스피지수 5000 안착을 위한 기본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 주체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예금 등 비생산적 자산에 대한 쏠림이 여전히 심하다"며 "이것을 모험자본으로 옮겨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생산적 금융을 촉진해야 하고, 이를 자본시장 전환을 통해 구현하는 게 코스피지수 5000 안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자사주의 원칙적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율 제고, 지배구조 개선, 투자자 보호 강화 정책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계 요인으로는 글로벌 AI 기업들의 수익성·재무건전성 우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관련 대법원 판결 등이 꼽혔다. 조 센터장은 "이런 부분들이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는다"며 "다만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가 단기간 가파르게 상승했으나 여전히 저평가 상태란 진단도 나왔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국내 증시를 '버블'이라고 볼만한 근거는 없는 것 같다"며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를 조금 넘는 수준이고, 순자산 가치 대비 주가를 비교한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같은 당의 코스피5000 특별위원장인 오기형 의원이 참석했다. 또 이억원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자리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