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수요 폭발하는데…"16조 날렸다" 비명 터진 곳

입력 2026-02-03 11:02
수정 2026-02-03 13:15

지난해 전 세계 항공 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폭발적인 수요에도 항공업계는 항공기 인도 지연으로 약 110억달러(약 15조9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항공기 인도 지연을 비롯한 공급망 차질이 올해도 산업 전반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3일 IAT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여객 수요는 전년 대비 5.3% 증가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평균 탑승률도 83.6%로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 수요가 폭발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결과다.

기록적인 수요에도 항공업계는 웃지 못했다. 항공기 인도 지연으로 연비가 낮고 정비를 많이 해야 하는 노후 여객기를 굴리면서 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IATA는 지난해 한해 항공기 인도 지연 등 공급망 차질로 발생한 손실액이 110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손실액의 3분의 2는 노후 항공기 운영 연장에 따른 연료비 및 정비비 증가에서 발생했다. IATA는 항공사들이 현재 평균보다 2년 더 오래된 기재를 억지로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 도입이 늦어지는 건 코로나19 당시 무너진 공급망이 회복되지 못한 영향이 가장 크다. 당시 보잉과 에어버스를 비롯해 부품사들이 공장 문을 닫아 상당수 숙련 근로자가 빠져나갔다.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항공기의 필수 원자재인 티타늄과 니켈 공급에 차질이 생긴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사정도 마찬가지다. 윌리 월시 IATA 사무총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항공 서밋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회복된 이후에도 공급망 차질은 여전히 항공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안타깝게도 이러한 차질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IATA는 올해 여객 수요가 4.9%, 화물 수송량이 2.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순이익률은 지난해와 동일한 3.9%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항공업계 역사상 최고 호황기였던 2015년 순이익률(5.0%)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지난해와 올해 승객 1인당 순이익은 7.9달러(1만1000원)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순이익률 2.3%, 승객 1인당 이익 3달러(4300원)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보다 낮은 수익성을 보일 전망이다.

국내 항공업계 역시 글로벌 공급망 붕괴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 국내 항공사들도 보잉이나 에어버스에서 항공기를 들여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연내 보잉 항공기 30대를 들여오기로 했지만 최근 도입 시점을 2027년으로 늦췄다. 여객기 40대를 보잉에서 2027년까지 받기로 한 제주항공도 2029년에나 인도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로 항공기 리스료 등 각종 고정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신규 기재 도입까지 밀려 노후 항공기를 계속 가동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졌다”며 “항공사 간 가격 경쟁까지 치열해지면서 실질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