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산업 기업의 상장, 기업 심사인가? 도덕 평가인가?

입력 2026-02-03 09:17
수정 2026-02-03 09:18
요즘 정부는 전략산업 이야기를 자주 한다. AI, 우주, 국방 같은 분야에서 기술 기업을 위한 상장 기준까지 새로이 마련한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 정책의 방향만 놓고 보면 미래산업을 어떻게 육성하겠다는 것인지 선명하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이 실제 제도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느냐이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분위기는 정책의 메시지와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다. 정책은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 과정은 이를 역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본인은 특정 기업에 투자한 VC는 아니다. 다만 최근 지인이 투자한 회사가 상장예비심사를 받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해당 기업은 전략산업 영역에서 오랜 기간 기술과 사업을 축적해 온 곳이었고, 재무 구조와 내부 관리 체계 역시 상장을 전제로 준비돼 있었다. 심사의 핵심은 사업의 지속성이나 성장 가능성일 것이라 예상했고, 큰 무리 없이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 보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 들려온 이야기는 예상과 전혀 달랐다. 심사 과정에서 기업의 사업이나 경영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특정 개인의 사법·도덕성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는 것이다. 그 인물은 해당 법인의 임원도 아니고, 회사 운영에 관여도 하지 않았고, 지분 구조상으로도 직접적인 지배 위치에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개인의 평판이 상장 판단의 중심으로 다뤄졌다면, 이는 심사의 초점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다시 묻게 만든다.

상장예비심사는 원래 기업을 평가하는 절차이다. 심사의 대상은 신청 법인이고, 판단의 기준은 회사가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 내부의 관리 시스템이 잘 작동될 수 있는지, 의사결정 구조가 투명한지 등에 관한 것이어야 한다. 물론 사법 리스크나 최대 주주의 도덕성 역시 완전히 배제되는 요소는 아니다. 다만, 그 문제가 회사 운영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때, 다시 말해 회사의 자금, 계약, 인사, 이사회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 때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이 기준으로 보면 이번 사례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회사와 직접적인 경영·지배 관계가 없는 개인의 문제를, 구체적인 영향도에 대한 객관적 사실 확인도 없이 상장 판단의 중심에 두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혹시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으로, 지금 이 회사에 실제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는가?

VC의 시선에서 이는 단순한 불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방식의 심사는 제도의 예측 가능성을 크게 흔든다. 상장예비심사가 현재 존재하는 위험을 점검하는 절차가 아니라, 언젠가 발생할지 모르는 모든 가능성을 기업이 미리 제거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처럼 느껴지는 순간, VC들은 노스트라다무스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 불편한 이야기도 시장에서 돌고 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소문이긴 하지만, 거래소 고위 관계자가 자신의 임기 내에는 특정 사안에 대한 재판 결과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얘기부터, “이런 오너에게 상장사를 하나 더 줄 수 있느냐”는 식의 내부 비판이 있었다는 말까지 들린다.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들이 사실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이런 이야기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오간다는 것 자체가 문제이다.

이러한 인식은 상장제도의 취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상장은 기업에게 면죄부를 주는 제도가 아니다. 동시에 특정 개인의 도덕성을 심판하기 위한 제도도 아니다. 상장은 성장 가능성 있는 기업이 자본시장과 만나 성장의 기회를 얻는 제도이며, 그 과정에서 시장의 감시와 규율이 작동하도록 잘 설계된 장치다. 이를 ‘부도덕한 오너에게 상장사를 하나 더 주는 것’으로 해석하는 순간, “상장은 성장의 기회가 아니라 처벌의 대상이 된다.”

VC의 관점에서 특히 우려되는 대목은, 이런 접근이 제도의 판단 기준이 아니라 판단하는 주체의 입장과 책임 회피 논리로 읽힐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상장제도가 기업의 현재 구조와 통제 가능성을 보는 대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외부 논란까지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도구로 활용된다면, 이는 제도의 엄격함이 아니라 “보신적 운용”으로 비칠 위험이 있다.

이런 사례를 지켜보는 투자자들의 판단은 빠르게 바뀐다. “이 회사가 특별히 문제가 있어서 멈췄다”기보다, “이 제도에서는 언제든 비슷한 이유로 멈출 수 있겠다”는 인식이 먼저 생긴다. 그 순간부터 상장은 성장을 위한 단계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정책은 미래를 말한다. 그러나 심사가 기업과 직접 관계없는 개인의 평판까지 끌어와 판단의 중심에 놓는다면, 정책의 메시지는 현장에서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요소까지 상장 판단의 기준이 되는 순간, 심사는 더 엄격해지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미루는 방식으로 보이게 된다.

VC로서, 투자자로서 이 사례를 보며 드는 결론은 분명하다. 상장예비심사는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기 위한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사람의 도덕성을 대신 평가하는 제도가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심사가 잘못된 질문을 던질 때, 그 부담은 특정 기업이 아니라 시장 전체가 떠안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심사의 확대가 아니라, 상장예비심사가 어디까지 판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명한 선이다.

S투자파트너스 나민수 수석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