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낮은 국산 렌즈 점유율이 더 떨어질까 걱정입니다.”
국내 안경렌즈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공정거래위원회 결정의 ‘나비효과’를 우려했다.
공정위는 2년 동안 국내 최대 안경 프랜차이즈 업체인 다비치안경의 갑질 의혹을 조사했다. 다비치안경이 고객에게 “노안 렌즈가 부작용이 생겼을 때 100% 환불을 보장한다”고 홍보하면서 그 비용을 렌즈 공급사에 전가해왔다는 것이 검증 대상이었다. 공정위는 이달 다비치안경이 ‘공급사의 책임이 없는 경우 원청사가 제품을 부당하게 반품하지 말아야 한다’는 하도급법 제 10조를 위반했다고 최종 판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공정위가 결론을 내리는 방식이다. 공정위는 하도급법을 준수하라는 취지의 동의의결 절차를 통해 이 사건을 매듭지으려 하고 있다. 동의의결은 다비치안경 같은 조사 대상 기업이 제시한 시정 방안을 공정위가 받아들여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이렇게 되면 이번 사건에서 에실로와 자이스, 호야 등 국내 안경렌즈 시장 95%를 차지하는 해외 업체는 하도급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다. 원청사인 다비치안경보다 매출과 자본금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해외 렌즈 업체엔 공정위 결정 효력이 미치지 않아 다비치안경은 기존대로 고객 환불금을 해외 업체에 부담시킬 수 있다. 반면 국내 렌즈 업체에는 환불금을 부담시킬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다비치를 비롯한 대형 안경점은 ‘국내 렌즈는 환불이 안 된다’고 홍보할 가능성이 커 소비자들은 국내 렌즈는 환불이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안 그래도 미미한 한국산 렌즈 점유율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정위는 상생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메시지만 주기 위해 간단한 동의의결로 마무리하려 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내외 업체에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가이드라인 제정이나 표준하도급계약서는 의견을 수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뚜렷한 효력도 없다고 생각해서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이번 사안에선 ‘국산 렌즈는 문제가 있어도 환불이 안 되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공정위 의도와 달리 한국 업체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면 “시간이 걸려도 국내외 제조사에 동일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야 한다”는 업계 요구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그게 안 되면 다비치안경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한국 렌즈 패싱’을 하지 않도록 철저히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 그게 국산 렌즈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빠지지 않게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