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 해소 못하면 저성장 늪 빠져"…경제학계 원로의 경고

입력 2026-02-02 17:28
수정 2026-02-03 01:41
우리 경제가 ‘부동산 거품’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 선진국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장기 저성장 구조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일 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김인준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사진)는 오는 5일 열리는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선진국 함정 극복 기로’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한다. 이날 사전 공개된 발표문에 따르면 김 명예교수는 ‘선진국 함정’을 ‘경제가 장기적으로 정체되고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국가 안보도 불안한 상태’로 정의한 뒤 “대내외 요인에 따라 한국도 선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명예교수는 대내 요인으로 부동산 문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지적했다. 김 명예교수는 “첫 번째 과제는 부동산 거품 해소와 주거 안정을 달성하는 것”이라며 “거품 해소로 주거 안정을 찾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 불안도 막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주로 연구한 김 명예교수는 최근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부채 급증과 과도한 신용 팽창 등이 새로운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21년 쓴 저서 <위기의 한국경제>에서 “지금의 부동산 과열은 70년대 석유파동, 90년대 외환위기,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김 명예교수는 발표문에서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구조개혁과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노사관계 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간 격화된 패권 전쟁을 고려한 안보 전략을 짤 것을 주문하면서 “미국과의 동맹이 안보 차원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짚었다. 김 명예교수는 서울대 졸업 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한국의 경제위기에 천착한 석학으로 평가받는다.

김 명예교수의 ‘부동산 거품’발 경제위기론은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자신의 X(옛 트위터)에서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예고한 상황에서 나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망국적 부동산(시장 행태의) 정상화는 불가능할 것 같으냐”며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 감수만 하면 될 일”이라고 썼다. 또 “국민을 믿고 정치적 유불리에서 벗어나면 반드시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고 했다. 정부 안팎에선 오는 6월 지방선거 후 고가 주택의 보유 부담을 늘리는 세제 개편안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이날 한국경제학회는 제7회 최호진학술상에 국제경제학 분야를 연구한 안충영 중앙대 명예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만 45세 미만 학자를 대상으로 선정하는 제43회 청람상은 지난해 다산젊은경제학자상을 받은 최재림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가 받았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