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나면 범죄자"…수학여행·수련회 없애는 학교들

입력 2026-02-02 17:13
수정 2026-02-03 00:51
서울 송파구의 초등학교장 A씨는 최근 2026학년도 학사일정 운영계획안을 확정하면서 현장체험학습 일정을 제외했다.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가 형사·민사 책임 문제까지 떠안을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A씨는 “현장학습의 교육적 효과는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도 “사고가 나면 교사가 ‘범죄자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현장을 움츠러들게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등학교 학사일정에서 수학여행, 현장체험학습 등 학교 밖 교육활동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강원 속초 체험학습 사고와 관련해 담당 교사가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등 현장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2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지역 초등학교 605곳 중 1일형 현장체험학습을 한 학교는 2023년 598곳(98.8%)에서 2024년 478곳(79.0%), 2025년 309곳(51.1%)으로 급감했다. 통상 1박 이상 일정으로 진행되는 수학여행과 수련활동도 비슷했다. 수학여행을 간 초등학교는 2023년 80곳(13.2%)에서 2025년 41곳(6.8%)으로, 수련활동 실시 학교는 같은 기간 124곳(20.5%)에서 37곳(6.1%)으로 급감했다.

이런 분위기는 2022년 속초 현장체험학습 사고를 계기로 확산했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이 주차장에서 후진하던 버스에 치여 숨진 사고와 관련해 1·2심 재판부는 인솔 교사가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교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묻는다’는 반발이 이어지자 정부가 관련 법을 개정했지만, 현장에서는 체험학습 축소 흐름을 당장 되돌리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학교안전사고 면책 기준을 ‘학생에 대한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안전조치의무를 다한 경우’에서 ‘안전사고 관리 지침에 따라 안전조치의무를 다한 경우’로 바꿨다. 다만 현장에서는 지침 자체가 면책 기준으로 기능할 만큼 충분히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교육부가 고시한 ‘학교 안전사고관리 지침’은 사고 발생 시 응급처치나 보호자 인계 등 사후 대응 절차를 주로 담고 있을 뿐 사고 이전에 교사가 어떤 예방 의무를 어디까지 이행해야 하는지는 충분히 제시하지 않는다”며 “실제 법적 분쟁으로 가면 현행 지침만으로 교사가 면책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보완이 없으면 올해도 현장체험학습 위축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