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3배 늘었는데 보험사 실적 좋아졌다?

입력 2026-02-02 17:01
수정 2026-02-03 01:32
보험사가 설계사, 법인보험대리점(GA)에 더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면 ‘마진’이 줄어든다. 보험사가 지급한 모집 수수료 총액이 최근 5년 새 세 배 급증했지만, 보험사 실적은 오히려 개선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보험업계 ‘고무줄 회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보험업계 회계는 ‘가격×판매량’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을 산출하는 일반 기업과 다르다. 보험업계 회계의 핵심은 ‘가정’이다. 현행 보험회계제도(IFRS17) 아래에서는 보험사가 해지율, 손해율, 사업비율 등 계리적 가정을 어떻게 추정하느냐에 따라 실적이 크게 출렁인다. 예를 들어 미래에 고객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작다고 가정하면 보험금 예상 지출액은 줄어든다. 단순 가정만으로도 해당 보험상품의 마진이 개선되고 보험사 실적도 좋아진다.

당장 수수료를 많이 지출하더라도 ‘미래에 나갈 돈이 적을 것’이라고 가정하면 장부상으로는 막대한 이익을 낼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보험사가 가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IFRS17 시행 후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장기보험 예상 손해율 등을 둘러싼 ‘실적 부풀리기’ 의혹이 불거져 금융당국이 뒤늦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해 보험업계에서는 회사가 예측한 것보다 실제 보험금 지급액이 훨씬 많아 대규모 손실을 보는 사례가 속출했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동양생명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등 8개 보험사의 작년 3분기까지 누적 보험금 예실차 손실 규모는 9407억원(각사 공시 기준)에 달했다. 2024년 같은 기간 5383억원의 보험금 예실차 ‘이익’을 낸 것과 비교하면 대규모 적자로 전환한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낙관적 가정은 미래로 리스크를 이연하는 것”이라며 “예상보다 질병이 더 많이 발생하면 보험금 지출액은 늘어나고 보험사 건전성은 급격히 악화한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