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안의 헌터(hunter) 본능이 깨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국이라는 최고의 상품을 전 세계에 팔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가슴이 뜁니다.”
2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성혁 한국관광공사 신임 사장(사진)의 첫 일성은 방한 관광객 3000만 명 조기 달성이었다. 국내 최대 광고대행사인 제일기획에서 30년간 정통 마케터로 활동해 온 그는 한국 관광을 하나의 거대한 상품으로 정의했다. 전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잘 팔릴 만한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당초 2030년으로 설정한 외래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2028년으로 2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약 1890만 명이었음을 감안하면 매년 16% 이상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내야 하는 도전적인 목표다. 박 사장은 “K콘텐츠 열풍과 원화 약세 등 대외적 기회 요인을 최대한 활용해 성장 모멘텀을 극대화한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했다.
박 사장은 공사의 정체성을 ‘유일하고 대체 불가능한 한국 마케팅 전담 기관’으로 정의했다. 그는 “국가 기관 중 업의 본질이 세일즈와 마케팅인 곳은 거의 없다”며 “공사가 가진 마케팅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한국 관광의 가치를 재정립하겠다”고 했다.
그가 내놓은 전략의 핵심 키워드는 글로벌 마케팅, 체류형 콘텐츠, 인공지능(AI) 전환 세 가지다. 특히 글로벌 시장 접근법에서 마케터로서의 강점이 잘 드러났다. 그는 국가별 방한·방일 관광객 비율을 분석한 ‘포지셔닝 맵’을 소개하며 일본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시장별 맞춤형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글로벌 파트너십의 격을 높이는 일부터 하겠다”며 “관광공사 지사 단위의 협업을 넘어 힐튼, 메리어트 같은 세계적 호텔 체인과 부킹닷컴 등 온라인 여행사(OTA) 본사를 직접 만나 대규모 제휴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했다. “선이 굵은 마케팅으로 낙수 효과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공사가 운영 중인 13개 온라인 사이트를 2027년까지 ‘비짓코리아(Visit Korea)’ 플랫폼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를 통해 외국인 관광객의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정교한 고객관계관리(CRM)를 구축해 재방문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공공과 민간의 데이터를 결합한 ‘관광 데이터 허브’를 구축하고, 전용 소형 대규모언어모델(sLLM)을 도입해 AI가 여행지를 추천해주는 ‘AI 여행 비서’ 서비스도 고도화할 예정이다. 기술을 통해 여행 전 과정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관광산업 생태계를 혁신하겠다는 의지다.
‘로컬’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내국인이 즐겨 찾는 숨은 명소를 발굴해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매력적인 여행지로 만드는 ‘동질화 전략’이 핵심이다. 박 사장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고부가가치 콘텐츠를 개발하고, 교통과 결제 등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 다시 찾고 싶은 한국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내부 조직의 위기 극복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공사는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아 내부 사기가 크게 저하된 상태다. 박 사장은 “경영평가 결과로 인해 직원들의 실망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보여주기식 행사보다 실행에 집중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덧붙였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