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신동’으로 불리며 한국 남자 피겨의 개척자 역할을 해온 차준환(사진)이 이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초로 ‘메달’이라는 대기록을 정조준하고 있다.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 무대를 앞둔 그는 최근 출국하며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제게 남은 것은 빙판 위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일뿐”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차준환이 걸어온 길은 그 자체로 한국 남자 피겨의 역사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녀를 통틀어 김연아 이후 최초의 ‘올림픽 톱5’라는 이정표를 세운 그는 2023년 세계선수권에선 한국 남자 싱글 최초의 은메달을 따내며 명실상부한 ‘월드 클래스’로 우뚝 섰다. 지난해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선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거는 대기록을 쓰기도 했다.
화려한 ‘최초’의 타이틀 뒤에는 처절한 사투가 숨어 있었다. 고난도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장착하기 위해 수천 번 차가운 은반 위를 굴렀고, 발목과 골반 부상을 달고 살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차준환은 “부상은 선수의 숙명과도 같지만, 고통을 뚫고 다시 빙판 위에 서서 오롯이 내 연기에 집중할 때 느끼는 희열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고 담담히 고백했다.
이런 불굴의 의지는 최근 열린 202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사대륙선수권대회에서 찬란하게 빛났다. 시즌 내내 그를 괴롭힌 스케이트 부츠 문제와 발목 통증을 딛고 선 차준환은 보란 듯이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치며 전체 2위(273.62점)를 기록했다. 1위 미우라 가오(일본·273.73점)와는 단 0.11점 차. 아주 근소한 격차로 은메달을 획득하며 올림픽 메달 전망을 밝게 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차준환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오는 6일 예정된 개회식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박지우와 함께 대한민국 선수단 공동 기수로 선정되면서다. ‘팀 코리아’의 얼굴을 담당하게 될 차준환은 “대한민국을 대표해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게 돼 정말 큰 영광”이라며 “우리 선수단 모두가 부상 없이 준비한 것을 다 보여줄 수 있도록 선봉에서 힘차게 태극기를 흔들겠다”고 다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