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영구자석 제조 자동화' 한·미 손잡았다

입력 2026-02-02 16:30
수정 2026-02-03 01:10
한·미 양국의 기업이 인공지능(AI)과 정밀 금속 제련 기술을 토대로 희토류에서 영구자석을 생산하는 공정을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완성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주인공은 지난달 6일 나스닥에 상장한 미국 기업 EMAT다. 이 회사는 상장을 위해 한다랩 등 한국의 강소기업 4곳을 인수했다. 이들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중국이 독점한 희토류 공급망을 무력화할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中의 희토류 강점은 공정 노하우”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에 따르면 대덕연구개발특구 연구소기업인 한다랩이 EMAT의 나스닥 상장과 함께 자회사로 편입됐다. 한다랩은 AI 자동화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이다. EMAT는 상장 신고서에서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글로벌 소재 공급망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한국에서 구축된 금속·합금 제조 역량을 미국으로 이식·확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통제하는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의 산업 및 국가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EMAT는 한다랩 외에 영구자석 제조와 관련된 한국 기업 3곳을 인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희토류 산화물을 금속으로 전환하는 데 특화된 KCM, 정제된 금속을 활용해 고성능·고효율 자석으로 만들 수 있는 KMMI, 차량·가전 센서와 노트북에 쓰이는 경량 자석 제조에 강한 엔에스월드 등이다.

EMAT와 한다랩이 추구하는 것은 희토류 공정의 ‘소프트웨어화’다.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사람의 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독점 구조를 깨겠다는 것이다. 비철금속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강점은 보유량이 많다는 것도 있지만 중국이 장악한 핵심은 희토류 정제부터 정제된 금속을 합금으로 만들고, 이를 다시 소결·본드 자석으로 대량 생산하는 공정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강정신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폐수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도 비용과 규제 측면에서 중국에 유리한 점”이라고 말했다. ◇해법은 AI로 공정 소프트웨어화EMAT가 한국의 기술력을 활용해 서방 중심의 전략금속 공급망 구축에 성공한다면 중국에 대한 희토류 의존도를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모터 등에 쓰이는 영구자석만 해도 지난해 기준 중국은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새로운 희토류 공급망 구축을 위한 한·미 협력은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미국 기술 기업 알타 리소스 테크놀로지스와 ‘희토류 생산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알타는 생화학 기반 기술을 활용해 희토류를 분리하는 정밀 채굴 기술을 보유했다.

한다랩의 나스닥 진출은 국내 연구소기업 가운데 첫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소기업은 공공연구기관의 기술을 직접 사업화하기 위해 연구개발특구 내에 설립되는 기업이다. 그간 연구소기업의 기업공개는 코스닥 중심이었다. 한다랩은 나스닥에서 ‘전략적 결합’ 방식으로 상장을 추진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모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교통대 기술지주에서 2021년 11월 창업한 한다랩은 설립 초기 ‘기술 발굴 및 연계 지원 사업’을 통해 연구소기업 설립 지원을 받았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1차관은 “앞으로도 딥테크 연구소기업을 지속 발굴·육성해 공공 연구성과가 창업과 글로벌 진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를 다져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영총 기자 young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