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03일 11:0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토종 사모펀드(PEF) 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를 인수한 미국계 투자사 미리캐피털의 설립자 벤자민 그리피스 대표(사진)는 "스틱이 운영하는 포트폴리오사에 개입하지 않고 스틱이라는 상장사 차원의 주주가치 제고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온건파 행동주의'로 받아들여지는 미리캐피털의 투자 전략과 스틱의 기업 운영 방식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그리피스 대표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 서면 인터뷰에서 "'컨설타비스트(consultavist)' 전략을 스틱에 적용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경영 컨설팅과 행동주의를 결합한 '컨설타비스트'는 상장사 소수 지분을 취득한 뒤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는 미리캐피털의 주요 투자 전략이다. 그리피스 대표는 "스틱은 한국에서 최고 수준의 오퍼레이션 파트너 조직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한국의 비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가치 제고에 매우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리캐피털은 도용환 회장의 지분 상당을 인수하면서 스틱 지분 25%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랐다. 그리피스 대표는 이번 거래가 "전면적인 바이아웃(경영권 거래) 딜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수의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해 장기적이고 가치 제고에 기여하는 주주(owner)로서의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며 스틱이 추후 북미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있어 자문과 네트워킹을 제공하는 식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성숙했지만 한국엔 초기 단계에 있는 새로운 대체투자 영역에 대해서도 조언을 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미리캐피털을 행동주의로 보는 시각에도 거리를 뒀다. 그리피스 대표는 "행동주의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고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며 "우호적으로 소통하며 모든 주주의 가치를 높이려는 측면에선 행동주의로 볼 수도 있지만, 경영진에 적대적인 행동주의펀드들이 흔히 하는 방식, 예컨대 경영진 의사에 반하는 주주제안을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스틱의 2대주주인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에 대해선 "얼라인의 제안 중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며 "일부 의견과 방법론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얼라인은 한국 기업의 가치 제고라는 측면에서 성공적인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펀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직 이사회 구성 변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향후 얼라인을 포함한 주요 주주들과 추가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도 회장의 용퇴로 스틱은 차기 리더를 선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스틱과 미리캐피털은 일단 곽용걸 부회장 중심 체제를 당분간 이어나가기로 했다. 그리피스 대표는 "차세대 리더십에게 더 많은 지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내부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이사 후보를 기존 스틱 이사회 및 경영진과 논의 중이다. 그리피스 대표는 "스틱의 해외 자금조달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추가 이사 선임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