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겨울은 유난히 분주하다. 호텔의 시그니처가 된 딸기 뷔페부터 분기별 열리는 와인 디너까지, 셰프와 소믈리에는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인 공연을 앞두고, 무대 뒤의 배우처럼 일사분란하다.
분기별로 선보인 와인 디너가 올해는 깜짝 선물처럼 1월에 손님을 맞이했다. 예약 오픈과 동시에 참석자가 꽉 찰 정도로 인기인지라 별도의 특별 이벤트를 개최한 것. 지난 1월 29일 호텔 2층의 BLT 스테이크의 커다란 홀에는 계절의 온기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자리가 빠르게 채워졌다.
호텔에서 2015년 처음 선보인 와인 디너는 해마다 조금씩 결을 다듬으며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대표 미식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호텔의 미식 방향 그리고 셰프와 소믈리에, 서비스 팀의 유쾌한 호흡은 한 편의 맛있는 공연을 감상하는 듯 즐거움을 전한다.
한 번의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은, 이른바 단골 손님들이 형성되며 호텔의 와인 디너는 이제 오픈과 동시에 예약이 꽉차는 소문난 잔치가 되었다. 이번 디너는 BLT 스테이크와 캘리포니아 유기농 와이너리 본테라가 함께한 ‘Knives & Glasses at BLT : BLT 스테이크 x 본테라’를 주제로 단 하루 진행됐다.
본테라는 미국 캘리포니아 멘도치노 카운티에서 시작된 최초의 유기농 와이너리로, 지속 가능한 농법과 자연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와인을 만들어오고 있다. 과하지 않은 구조와 균형 잡힌 풍미의 본테라 와인은 코스 전반에 조화롭게 스며들고, 일관된 흐름을 더한다.
와인 디너에서 선보이는 각 디쉬는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과 다름없다. 오직 이 날의 행사를 위해 준비된 와인과 각 코스가 엄중한 조화를 이뤄야 하기에, 다른 날 맛보려면 개인적으로 셰프를 조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단, BLT 스테이크 하우스의 스테이크는 제외!
BLT 스테이크가 완성한 '페어링 디너'의 정석
페어링은 본테라의 대표 와인 5종으로 구성, 신선한 인상에서 점차 깊이 있는 구조감으로 순서가 이어진다. 첫 코스는 캐비어와 사과 젤, 청고추로 맛을 낸 게살 타코. 귀여운 게 모양 그대로 등장한 타코는 테이블마다 미소를 자아냈다. 시각적으로 즐거운 타코를 입에 넣는 순간 또렷한 식감을 전하고, 본테라 샤르도네는 산뜻한 산도와 깨끗한 질감으로 요리의 시작을 자연스럽게 알린다.
본테라 로제와 만난 송어 요리는 와인 디너의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1급수에서만 양식 가능한 송어에 펜넬과 보타르가(어란), 유자 미소 소스를 더한 접시는 와인의 섬세한 과실미와 산도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중반부에 접어들며 코스는 점차 깊이를 더한다.
오골계 요리와 도미, 홍합으로 맛을 낸 부야베스가 이어지며, 테이블 위의 공기도 한층 느긋해진다. 이때즘이면 소믈리에와 총주방장도 테이블 여기저기로 무대를 옮겨가며 손님들과 와인, 레시피 토크를 주고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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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에서부터, 그리고 팀으로 '박영진 총주방장의 주방 철학'
디너의 리듬을 안정적으로 이끈 중심에는 호텔 전체 컬리너리를 총괄하는 박영진 총주방장이 있다. 그는 요리를 이야기할 때 늘 ‘기본’을 먼저 꺼낸다. “새로운 트렌드는 계속 등장하지만, 변하지 말아야 할 건 음식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충실한 기본 위에 각자의 해석이 더해질 때 요리는 비로소 힘을 갖죠.”
스위스에서 조리를 배우며 체득한 원칙과 질서는 지금의 주방 운영 방식에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BLT 스테이크가 유행보다 일관성을 선택해온 이유다. “호텔 주방은 혼자 완성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에요. 같은 기준을 공유하고, 그 기준을 팀 전체가 이해해야 안정적인 퀄리티가 나옵니다.” 그는 특히 소통과 팀워크를 주방 리더십의 핵심으로 꼽는다.
오픈 키친 역시 그런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고객에게는 신뢰를, 팀에게는 책임감을 동시에 부여한다. 이날 와인 디너가 유쾌하면서도 흐트러짐 없이 이어진 이유는 팀웍 그 자체에서 이뤄진 것이다.
와인 디너는 결코 쉽지 않은 이벤트다. 와인과 디너는 각자 주인공이면서 서로를 빛나게 하는 조연 역할도 해야 한다. 특히, 메인 디쉬는 40여 일간 드라이 에이징한 한우++ 채끝 등심으로 고기의 질감과 향이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분명하다. 매칭한 본테라 레드 와인은 과하지 않은 구조감과 균형으로 스테이크의 풍미를 정교하게 끌어올린다.
이 페어링을 설계한 이는 젊은 소믈리에 정우재다. “저희는 단순히 와인을 추천하는 사람이 아니라, 한 접시의 스테이크가 가장 이상적인 순간에 완성되도록 설계하는 역할을 합니다.” 소믈리에가 정교한 기획자가 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특히 정우재 소믈리에는 ‘산지의 맥락’을 중요한 기준으로 여긴다. 음식과 와인이 태어난 배경이 맞닿을 때,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조화가 만들어진다는 것. 본테라 와인이 이번 디너에 선택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지속 가능한 농법,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 그리고 절제된 맛의 구조는 BLT 스테이크가 추구하는 요리 철학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어느새 정점, 기억에 남는 디너의 조건
디너의 마지막은 딸기 로즈 바슈랭. 혀끝에 감도는 새콤달콤한 여운 속에서, 어느새 2~3시간이 흘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박영진 총주방장은 손님에게 오래 남았으면 하는 장면을 이렇게 말했다. “음식이 놓였을 때 ‘와, 예쁘다’, 일어날 때 ‘정말 맛있었다’, 그 하루가 끝날 때 즈음 ‘벌써 JW 동대문 음식이 생각난다’고 느껴진다면, 오래 기억되는 다이닝 경험이 될 것"이라고.
정우재 소믈리에 역시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와인을 잘 아는 사람만의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편안하게 품격 있는 페어링을 경험하는 곳. 그게 BLT 스테이크가 지향하는 모습입니다.”라며, 다음 여정에 대한 기대도 당부했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와인 디너는 지속 가능성, 웰니스, 미식의 본질이라는 호텔의 가치를 가장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분기별 다이닝 프로그램이다. 다음 와인 디너는 3월 26일, 또 다른 계절의 테이블로 이어질 예정이다. 아름다운 밤을 위하여, 이번 와인 디너는 놓치지 말길!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