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전 반드시 알아야 할 경계 침범과 통행권 분쟁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입력 2026-02-03 14:44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신축공사를 통해 내가 원하는 콘셉트의 건물을 짓고자 한다면, 반드시 가장 먼저 마주해야 할 관문이 있습니다. 바로 ‘경계 측량’입니다. LX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종이 위의 지적도 선을 실제 지표면에 붉은 말뚝으로 박아 넣는 이 과정은 단순한 수치 확인에 그치지 않습니다.

담장 한 칸, 실외기 위치 하나에 수천만 원의 자산 가치가 엇갈리는 도심 요지에서, 내 땅의 한 뼘을 온전히 확보하려는 건축주와 수십 년간 점유해 온 권리를 주장하는 이웃 간의 첨예한 ‘영토 전쟁’이 시작되는 서막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평당 1억 원을 상회하는 도심 핵심지일수록 ‘한 뼘’의 땅을 둘러싼 갈등은 사업 전체를 뒤흔들 만큼 치명적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경계 침범으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와 이에 대한 현명한 대응 전략을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1. 내 땅 위의 담벼락, 함부로 허물 수 없는 이유

신축을 위해 기존 건물을 철거한 뒤 나대지 상태에서 경계 복원 측량(LX 시행)을 진행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적도상 분명히 내 땅임에도 불구하고, 이웃 건물의 담장이 세워져 있거나 실외기, 심지어 건물의 처마까지 침범해 있는 사례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대부분의 건축주는
“내 땅을 무단 점유했으니 즉시 철거하고, 경계에 펜스를 쳐서 소유권을 행사하겠다”
라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그러나 우리 법은 소유권자의 손을 무조건 들어주지 않습니다. 설령 내 땅이라 하더라도, 수십 년간 형성되어 온 현황을 물리력으로 즉시 바로잡으려는 시도는 다음과 같은 법적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1) 점유권의 존중과 ‘권리남용 금지’
법은 소유권만큼이나 현상 유지의 가치인 ‘점유권’을 중시합니다. 이웃이 해당 토지를 통로로 장기간 사용해 왔다면, 갑작스러운 통행 차단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초래하는 ‘권리남용’으로 판단될 소지가 큽니다.

(2) 통행방해금지 가처분의 리스크
침범 부위가 이웃의 유일한 출입로이거나 관습상 통로에 해당한다면, 이웃은 즉시 ‘통행방해금지 가처분’을 신청할 가능성이 큽니다. 법원이 이를 인용할 경우, 소유권자임에도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펜스 하나 마음대로 설치하지 못하고 통행을 허용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3) 자력구제의 한계
법적 절차(건물 철거 및 토지 인도 청구 등)를 거치지 않고 담장을 임의로 철거하는 행위는, 소유권 행사라는 명분과 무관하게 재물손괴죄나 주거침입죄 등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반드시 유념해야 합니다.

2. 민사를 넘어 형사 처벌로 이어지는 ‘통행권’ 분쟁

부동산 분쟁이 진정으로 위험한 이유는 단순한 재산권 다툼(민사)으로 시작해, 순식간에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형사 사건으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계 침범과 얽힌 통행권 분쟁에서는, 소유주가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믿었던 행동이 다음과 같은 형사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1) 일반교통방해죄(형법 제185조)
“사유지라도 공공의 통행은 우선한다.”
여기서 말하는 통행로는 도로법상 도로나 사도법상 사도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나 차량이 사실상 통행로로 이용해 온 ‘관습상 도로’ 역시 보호 대상입니다. 담장이나 펜스를 설치해 길을 차단하는 순간, 소유주는 징역 또는 벌금형이라는 형사 처벌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2)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
“물리력 행사는 사업의 파멸을 부른다.”
신축 현장에서 가장 빈번하게 문제가 되는 범죄 유형입니다. 이웃 상가나 병원의 진입이 내 토지를 경유해야 가능한 구조에서 이를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행위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웃이 경계 침범을 주장하며 공사 차량의 진입로에 차량을 세워 두거나 인력을 배치해 공사를 저지하는 경우 역시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쟁은 공사 기간 지연 → 금융 이자 증가 → 사업성 악화로 이어지는 ‘파멸의 고리’를 형성합니다.

결국, 법적 절차를 무시한 실력 행사는 상대를 압박하는 수단이 아니라, 스스로를 향한 형사 고소의 부메랑이 될 뿐입니다.



3. ‘지역권’ 설정, 갈등을 자산 수익으로 바꾸는 고도의 밸류업 전략

분쟁을 해결하는 가장 세련된 방법은 감정적 대립이 아니라, 법적 장치를 활용한 ‘지역권’의 제도화입니다. 지역권이란 내 토지(승역지)의 일부를 이웃 토지(요역지)의 편익을 위해 제공하는 물권적 권리입니다.

이는 단순히 이웃에게 땅을 내어주는 개념이 아닙니다. 침범이나 통행 문제를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공식화하고, 그 대가로 합당한 지료(사용료)를 받는 수익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지역권 설정이 신축 사업에서 강력한 해법이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영구적 분쟁 종식과 물권적 효력
지역권은 등기부등본에 기재되는 물권으로, 토지 소유자가 변경되더라도 그 효력이 유지됩니다. 이는 향후 매각 시 법적 리스크가 제거된 ‘깨끗한 자산’으로 평가받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2) 사업 속도 확보와 금융 비용 절감
경계 침범이나 통행권 분쟁으로 소송에 휘말릴 경우, 사업은 최소 1년에서 수년까지 지연될 수 있습니다. 매월 발생하는 금융 이자를 고려하면, 소송 이전에 지역권을 매개로 합리적인 협의를 도출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인 선택입니다.

(3) 상생을 통한 자산 가치 극대화
무조건적인 배척은 강한 반발과 민원을 불러오지만, 법적으로 보호되는 허용은 안정적인 공사 환경을 보장합니다. 내 토지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갈등을 수익 모델로 전환하는 것, 이것이 바로 디벨로퍼의 밸류업 감각입니다.

이처럼 신축 사업은 단순히 벽돌을 쌓는 일이 아니라, 얽혀 있는 권리 관계를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경계 측량 후 발견된 침범 사실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통행방해금지 가처분이나 업무방해죄 등 법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배준형 수석전문위원(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디벨로퍼 & 공인중개사 & 법원경매 매수신청 대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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