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12년 만의 최대 폭락…"트리거는 중국 투기자금"

입력 2026-02-02 13:28
수정 2026-02-02 13:29
지난달 30일 기록된 국제 금값 폭락은 12년 반 만에 최대 낙폭이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금 현물 종가는 트로이온스당 4894.23달러로, 전장 대비 9% 급락했다. 2013년 4월 15일(-9.1%) 이후 하루 최대 하락률이다.

금값은 2002년(280달러)부터 2011년 9월(1920.3달러) 사상 최고치를 찍을 때까지 점진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정점을 찍은 지 1년 6개월 만에 9.1% 폭락세로 1348달러까지 주저앉았다.

2013년 당시 유럽발 재정위기 등으로 안전자산인 금 선호 현상이 강화됐고, 중국이 국제 기축통화를 놓고 달러화와 통화 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금값을 천정부지로 밀어 올렸다.

그러나 그해 4월 15일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 전망치(8%)를 크게 밑도는 7.7%로 발표되자 금값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2013년 4월 1348달러까지 떨어진 금값은 2013년 말(1201달러), 2014년 말(1184달러), 2015년 말(1061달러)까지 저점을 계속 낮췄다. 이후 2016년부터 우상향하며 2023년 2000달러까지 올랐다.

그러다가 2024년(상승률 27%)과 2025년(64%)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도 폭락 직전까지 25% 급등했다. 장중 5595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이후 금 랠리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매입,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 잇따른 지정학적 긴장 등에 힘입었다.

지난해에는 투자자들이 이른바 '디베이스먼트(debasement) 트레이드'에 대거 뛰어들면서 금 랠리를 가속했다.

블룸버그는 개인부터 원자재 시장에 발을 들인 대형 주식형 펀드에 이르기까지 중국 투기 자금의 대규모 매수 물결이 이런 가파른 속도를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덜 비둘기파'적으로 평가되는 케빈 워시를 차기 미 중앙은행(Fed) 의장으로 지명했다는 소식에 중국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폭락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츠의 원자재 책임자를 지낸 알렉산더 캠벨은 "중국이 팔았고, 이제 우리는 그 후폭풍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변동이 가장 극적으로 나타난 곳은 은 시장이었다.

은 시장은 약 980억달러에 불과하다. 7870억달러 규모의 금 시장보다 매우 작아서 변동성이 그만큼 크다. 은 현물 가격은 지난달 30일 27.7% 급락했다.

이날 은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최대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실버 트러스트' 거래 대금이 400억달러를 넘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